물 순환 가속돼 가뭄·홍수 심화, WMO "탄소 배출처럼 수자원 점검해야"

▲ 사진은 세계기상기구(WMO)가 집계한 수자원 변화 추이 갈무리. 주황색은 수자원이 감소한 지역, 청록색은 수자원이 증가한 지역, 흰색은 수자원 변동이 없었던 지역이다. 더 짙은색으로 표시된 지역은 수자원 변동이 큰 지역이다. <세계기상기구>

[비즈니스포스트] 지구 온난화가 물 순환을 예전보다 가속해 가뭄, 홍수 피해 가능성이 이전보다 높아지고 있다는 국제기구의 분석보고서가 나왔다. 수자원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경고가 이어졌다.

12일(현지시각) 세계기상기구(WMO)는 ‘2022년 세계기상기구 세계수자원 관리실태 보고서’를 발표하며 인간활동과 기후변화 영향으로 세계 물 순환의 균형이 깨졌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전 세계에 있는 273개의 관측시설에서 자료를 받아 지상에 흐르는 강물부터 흙 속에 있는 수분까지 광범위한 수자원의 변화 추이를 집계했다.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2년 세계 집수구역 가운데 절반 이상이 유량 등 수자원에 변화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집수구역이란 강과 호수처럼 물이 모여 저장되는 지역을 뜻한다.

1991년부터 2020년까지 집계된 수자원 통계와 비교해 전체 집수구역 가운데 34%는 수자원이 감소했고 21%는 수자원이 증가했다. 2022년 한 해 동안 절반이 넘는 집수구역에서 수자원에 변화가 발생한 것이다.

주요 집수구역 가운데 수자원이 감소한 지역은 미국의 미시시피강, 중국의 양쯔강, 남미의 라플라타강, 유럽의 라인강 등이었다.

기온상승에 증발량이 증가해 지면의 수분 비율이 감소하고 유입되는 물이 줄어드는 등 가뭄이 극심해진 영향으로 분석됐다.
반대로 호주의 머리강과 달링강 그리고 캐나다의 위니펙강 등은 유량이 증가했다.

주로 비가 많이 오는 기간에 강수량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과 상승한 기온에 빙하가 녹으면서 흘러든 물이 유량을 늘린 것으로 파악됐다.

유량이 감소한 지역에선 가뭄이, 증가한 지역에서는 홍수 우려가 높아진다.

페테리 탈라스 세계기상기구 사무총장은 "기온상승은 물의 순환을 가속화하고 망가뜨렸다"며 "더 따뜻한 대기는 수분을 더 많이 머금을 수 있는데 이 때문에 우리는 예전보다 심각한 홍수와 가뭄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보유 수자원의 변화가 큰 국가 목록에는 한국도 포함됐다. 

한국은 주로 경기도와 강원도 등 한반도 중부를 중심으로 수자원이 증가했고 전라남북도와 경상남북도 등 남부 지방에서는 수자원이 감소했다.

그외엔 미국, 캐나다, 프랑스, 브라질, 칠레, 호주, 남아프리카 공화국, 체코, 태국이 수자원에 큰 변화를 겪고 있다. 
 
물 순환 가속돼 가뭄·홍수 심화, WMO "탄소 배출처럼 수자원 점검해야"

▲ 사진은 2018년 독일 가뭄 당시 메마른 라인강. < PxHere >

세계기상기구는 보고서를 통해 “올해 들어 시작된 엘니뇨가 이러한 영향을 더욱 악화시켰을 것으로 본다”며 “내년에 집계된 결과는 지금보다 더욱 심각한 불균형을 나타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엔워터(UN Water)가 세계기상기구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 세계에서 1년에 한 달 이상 물 부족을 겪는 인구가 36억 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유엔워터는 2050년에는 물 부족을 겪는 인구가 50억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기상기구는 “많은 지역에서 물 순환 균형 변동에 따른 물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물 부족에 대비할 각국의 정책 마련과 탄소 배출처럼 전 세계의 수자원을 관리할 수 있는 ‘이행점검(stocktake)’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