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가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에 활용되는 인공지능 반도체를 자체 설계 제품으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내부 사진. <마이크로소프트> |
[비즈니스포스트]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픈AI, 구글 등 생성형 인공지능(AI) 분야 선두로 꼽히는 대형 IT기업이 엔비디아에 의존을 낮추기 위해 자체 인공지능 반도체 상용화에 집중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반도체가 빅테크업체의 기술로 대체되는 흐름이 뚜렷해지면 삼성전자도 파운드리 분야에서 위탁생산 고객사 기반을 확대할 기회를 얻게 된다.
8일 IT전문지 디인포메이션 보도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11월 중 개발자회의를 열고 자체 기술로 설계한 첫 인공지능 반도체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공지능 반도체는 대형 언어모델(LLM) 기반의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 학습과 운영에 특화한 형태로 개발되고 있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가 운영하는 생성형 인공지능 서버는 엔비디아 ‘H100’ 등 GPU(그래픽처리장치) 반도체를 기반으로 한다. 이는 오픈AI와 같은 주요 고객사의 서비스에도 활용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H100에 필적할 만한 성능의 제품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한다면 이를 점차 자체 개발 반도체로 대체하면서 엔비디아에 의존을 낮출 수 있다.
디인포메이션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미 수 년째 관련 기술 개발에 주력해 왔다며 자체 설계 제품으로 인공지능 서버의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생성형 인공지능 경쟁을 촉발한 챗봇 서비스 ‘챗GPT’ 개발사 오픈AI 역시 엔비디아에 의존을 줄이겠다는 목표를 두고 자체 반도체 개발 목표를 구체화하고 있다.
오픈AI는 반도체 전문기업 인수를 검토하는 등 직접 인공지능 반도체 설계에 뛰어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는 샘 알트만 오픈AI CEO가 이미 엔비디아 반도체의 물량 부족과 가격 부담 등을 중요한 과제로 언급해 오고 있었다며 자체 반도체 상용화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세계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 경쟁은 지난해 말 오픈AI의 챗GPT 서비스 출시를 계기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앞으로 문서와 이미지, 영상 등을 활용하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되며 기업들의 업무 효율성을 크게 높이고 인건비 부담을 줄일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클라우드와 같은 기업 대상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아마존 등 여러 IT업체가 성장성을 기대하고 인공지능 투자 경쟁에 뛰어들며 관련 반도체 수요 급증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 현재 생성형 인공지능 분야에 활용되는 반도체의 약 80%가 엔비디아 단일 업체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여러 빅테크기업에 중장기 리스크로 떠올랐다.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반도체가 상당한 고가로 판매되는 데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기 어려워지며 IT업체들에 갈수록 투자 부담을 키우고 있다.
결국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 등 기업이 자체 설계 반도체로 엔비디아 제품을 대체하려는 흐름은 자연스러운 선택지로 꼽힌다. 구글도 이미 공식적으로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에 나섰다.
인공지능 반도체를 개발하는 기업이 엔비디아 이외에 여러 빅테크업체로 점차 확대되는 추세는 이를 생산하는 반도체 파운드리 업계에도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 'H100' 제품 이미지. <엔비디아> |
현재 이러한 반도체를 첨단 미세공정 기술로 제조해 공급할 수 있는 기업은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미국 인텔 등 소수에 그친다.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는 전량 TSMC 파운드리에서 생산되고 있다. 자연히 생성형 인공지능 시장 성장에 따른 수혜도 지금까지는 모두 TSMC에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나 오픈AI 등 기업이 인공지능 반도체를 개발한다면 안정적인 물량 수급과 기술 차별화를 위해 TSMC 대신 삼성전자와 생산 협력을 추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삼성전자는 TSMC와 달리 자체 시스템반도체 설계와 메모리반도체를 비롯한 여러 사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어 자체 반도체를 처음 개발하는 IT기업들에 더 폭넓은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
구글이 스마트폰용 프로세서를 직접 설계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와 긴밀히 협력하고 이를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생산한 것과 같은 사례가 예시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최근 파운드리사업에서 인공지능 반도체 수주 소식을 잇따라 알리며 이런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 반도체 전문기업 리벨리온은 내년 하반기 출시 예정인 인공지능 반도체 신제품을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개발해 생산한다고 밝혔다.
캐나다 인공지능 반도체 신생기업 텐스토렌트도 최근 삼성전자 미국 파운드리 공장에서 인공지능 반도체를 제조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반도체를 생산할 기회를 TSMC에 빼앗겼지만 잇따른 수주 성과로 해당 시장에 진출할 역량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점을 증명한 셈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 구글 등 인공지능 반도체 잠재 고객사도 자연히 삼성전자의 이러한 행보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최근 콘퍼런스콜을 통해 “삼성 파운드리는 수요가 고속성장하는 인공지능 반도체 제조에 최적화된 공정을 제공할 수 있다”며 고객사 수주에 강력한 의지를 나타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