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그룹 지주사체제 전환 서두를까  
▲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왼쪽)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주사체제로 전환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서두를까?

더불어민주당이 경제민주화의 일환으로 기존 순환출자 해소도 추진하면서 현대차그룹도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강한 압박을 받게 됐다.

정 회장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에 기반해 현대차그룹을 지배하고 있어 순환출자 해소에 대한 압박은 지배구조 개편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할 수밖에 없다.

◆ 순환출자 해소의 강한 압박

25일 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 24일 20대 국회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할 경제민주화 입법과제의 하나로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기존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법안도 포함하면서 현대차그룹이 가장 강한 압박을 느낄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그룹의 경우 기존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법안이 시행되면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물산’로 연결되는 순환출자 고리를 시급히 해소해야 한다.

그러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생명→기타 계열사’로 연결되는 수직적 지배구조를 강화해 왔기 때문에 지배력이 흔들릴 가능성은 없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상황이 다르다. 순환출자 구조가 곧 정몽구 회장 지배력의 근간이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연결되는 순환출자 고리이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 지분 20.8%, 현대차는 기아차 지분 33.9%, 기아차는 현대모비스 지분 16.9%를 보유하고 있어 핵심 계열사들이 순환출자 고리로 단단히 묶여있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모비스 지분 7.0%를 보유하면서 현대모비스를 통해 핵심 순환출자 고리를 장악하고 현대차그룹 전체에 대해 지배력을 미치고 있다.

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차가 서로 보유한 지분의 가치는 각각 4~6조 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등이 계열사가 보유한 지분을 사들여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기는 자금부담이 만만치 않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차그룹 계열사 지분가치는 각각 4조8천억 원, 3조4500억 원 수준이다.

◆ 지주사체제 전환 가능성

이 때문에 정몽구 회장이 현대차그룹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는 분석이 재계에서 유력하게 나오고 있다. 이는 정의선 부회장으로 경영권 승계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차에서 각각 투자금융부문을 분할한 뒤 합병해 새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이 현실 가능한 시나리오로 꼽힌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지주사체제 전환 서두를까  
▲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그러면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순환출자 고리도 해소하고 새 지주사 지분을 보유하게 돼 현대차그룹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정의선 부회장이 새 지주사의 지분 매입을 위해 보유 중인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현물로 출자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의 경우 세 계열사의 인적분할을 위해 특별결의 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고 합병 추진 시 소액주주의 피해가 크지 않아 특별결의의 통과 가능성이 높다”며 “단 합병과정에서 매수청구권 행사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중간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현대캐피탈, 현대카드, 현대커머셜, HMC투자증권 등 현대차그룹의 금융계열사를 총괄하는 중간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할 가능성도 있다.

법이 개정되지 않을 경우 현대차에서 금융부문을 별도로 분할해 금융계열사들을 총괄할 수도 있다. 현재 현대모비스와 기아차보다 현대차가 금융계열사 지분을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

중간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은 19대 국회 때 자동 폐기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대 국회에서 개정안 통과를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