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18세기 계절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이탈리아 작곡가 비발디의 협주곡 ‘사계’는 심각한 기후변화를 겪고 난 뒤 어떤 분위기로 바뀔까?
한국과학기술원(KAIST) 22일 대전 본원 대강당에서 대전의 기후예측 데이터를 바탕으로 비발디의 사계를 재창작한 ‘사계 2050-대전’ 공연이 열린다고 밝혔다.
▲ 22일 오후 7시30분 한국과학기술원 대전 본원 대강당에서 열리는 '사계 2050-대전' 포스터. <한국과학기술원> |
이 공연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인 임지영 연세대학교 기악과 교수가 예술감독과 솔리스트를 맡아 40인조 오케스트라와 협연한다.
사계 2050-대전은 한국과학기술원 문화기술대학원 남주한 교수 연구팀과 박주용 교수 연구팀이 미래 기후변화 상황을 기존 사계에 적용한 음악이다.
이들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제공하는 시나리오 가운데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상황에서 달라진 대전의 미래 기후를 사계에 반영했다.
연구팀은 숫자로 이뤄진 기후변화 데이터를 입력하면 이를 새로운 악보로 변환해 주는 알고리즘을 직접 개발에 편곡에 적용했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2050년 대전은 1년 가운데 44%에 이르는 161.5일 동안 여름이 이어진다. 낮 최고기온은 현재 37.1도에서 39.5도로 높아지고 한 해 폭염일수도 28.9일에서 47.5일로 늘어난다.
이를 통해 재창작된 사계 2050-대전은 전반적으로 어둡고 불규칙하며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생물다양성이 감소해 ‘봄’의 새소리로 표현된 부분은 크게 감소했다. 기후변화로 길어진 ‘여름’은 원곡보다 느린 호흡으로 진행되며 이상기후로 변덕스러워진 날씨가 강렬한 음으로 표현됐다.
‘가을’은 화음과 조성이 없어 불안하고 소음처럼 들리는 무조성 기법이 적용됐다. ‘겨울은’ 길이가 짧아지는 것이 음악 길이에 반영됐고 극심한 추위를 묘사한 급격한 편곡도 적용됐다.
연구팀은 비발디의 사계에 쓰여진 소네트(짧은 정형시)도 인공지능을 통해 새로 작성했다. 기후변화 예측값을 학습한 챗GPT-4가 새로운 소네트를 생성했는데 이는 미래의 어두운 상황을 더욱 잘 나타낸다.
챗GPT가 새로 쓴 ‘여름’의 소네트는 ‘무자비한 여름 태양 아래, 대전의 시민과 나무들 모두 시든다; 나무들은 갈라지고 있다’, ‘그의 지친 몸은 생물다양성의 붕괴로 강화된 벌레와 말벌 떼로 고통받고, 번개와 요란한 천둥으로 두려워 휴식을 찾지 못한다’이다.
‘사계 2050’은 글로벌 디지털 디자인 기업 아카가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시작한 글로벌 프로젝트로 각 도시의 기후변화 시나리오가 적용된 음악이 소개된다. 2021년부터 서울을 포함한 대륙 6곳, 도시 14곳에서 공연됐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