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개정안이 20대 국회 들어 세번째로 발의됐다.

개정안은 단말기 제조사들이 반발하는 분리공시제 도입과 이동통신사가 반발하는 지원금 상한제 폐지를 동시에 담고 있다.

◆ 단통법, 여소야대 힘 받아 개정될까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단통법은 국민의 가계통신비로 직접 연결되기 때문에 통신사나 제조사의 이해관계를 넘어 재정비돼야 한다”며 18일 단통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단통법 개정안 봇물, 통신사와 제조사 득실계산 분주  
▲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단통법 개정안이 발의된 것은 20대 국회 들어 이번이 세번째다.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과 변재일 더민주 의원도 각각 7월12일과 7월28일 개정안을 발의했다

단통법 개정안들의 주요 내용은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의 조기 폐지와 분리공시제 도입이다.

심재철 의원은 지원금 상한제 폐지, 변재일 의원은 분리공시제 도입을 개정안의 주 내용으로 삼았는데 신 의원은 두 내용을 모두 담은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원금 상한제는 출고된 지 15개월이 지나지 않은 단말기에 대한 지원금을 일정액 이상으로 올리지 못하도록 제한한 제도로 단통법의 핵심 내용이다. 한시법으로 2017년 9월 말 자동 폐기되는데 이를 조기 폐기하자는 것이 개정안들의 취지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 주무부처에서는 이용자 차별이 심화하고 시장이 다시 과열될 우려가 있다며 폐지를 반대하고 있다.

반면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산자원부 등 경제부처는 지원금 상한제 폐지에 찬성하고 있다.  단말기 거래 감소로 경기가 위축됐다고 파악하기 때문이다.

여소야대의 국회지형이 단통법 개정 방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더민주는 분리공시제 도입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데 총선 공약으로도 삼았다. 그러나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분리공시제에 대해선 반대 의견이 우세하다.

분리공시제는 단통법 입법 당시 초안에 포함됐지만 단말기 제조사들이 영업 비밀 등을 이유로 크게 반발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삭제됐다. 분리공시제는 제조사와 이통사의 지원금을 별개로 공시하도록 하는 제도다. 현재는 이통사 지원금만 공시한다.

◆ 이통사와 제조사, 엇갈린 반응

지원금 상한제와 분리공시제에 대해 이통사와 제조사의 반응이 엇갈린다.

통신3사는 단통법으로 무리한 가입자 유치전이 사라져 지난해 8천억 원에 가까운 마케팅 비용을 절감했다.

  단통법 개정안 봇물, 통신사와 제조사 득실계산 분주  
▲ 서울 종로구의 한 휴대폰 판매 대리점. 통신3사의 2015년 영업이익은 3조6천332억 원으로 2014년보다 72.2% 증가했다.<뉴시스>
영업이익도 2015년 3조6천억 원을 거둬 2조 원이던 2014년보다 1조 6천억 원 증가했다. 단통법이 ‘통신사 배만 불리는 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통사들은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되면 보조금 경쟁으로 마케팅비가 올라 시장이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마케팅비용이 이용요금에 전가돼 가계통신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단말기 제조회사들은 지원금 상한제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2013년 2100만 대에 이르던 국내 휴대전화 단말기 시장은 단통법 시행 뒤 연간 1800만~1900만 대 수준으로 200만~300만 대가 줄어들었다.

중소 휴대폰 유통점들도 피해가 크다. 유통점 종사자는 15만 명을 웃돌았는데 시행 뒤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집계됐다. 판매점 2천여 개 정도가 문을 닫은 것으로 조사됐다.

분리공시제는 이통사와 단말기 제조사의 입장이 지원금 상한제 폐지와 거꾸로 바뀐다.

분리공시제가 도입되면 단말기 제조사의 판매지원금 규모를 알 수 있어 출고가 인하를 유도할 수 있고 사용자가 내는 위약금 규모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통사들은 분리공시제가 제조사의 출고가 부풀리기를 막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하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주요 제조사들은 글로벌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원금을 따로 공시할 경우 단말기 원가가 공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통사의 한 관계자는 “정치권의 단통법 개정안 논의 진척 상황을 지켜보며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