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출신으로서 실질적 국정조정의 총괄업무를 맡은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의 역할이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 방기선 신임 국무조정실장이 8월31일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정관계에 따르면 방기선 신임 국무조정실장은 2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이어 이날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참석하면서 국무조정실장으로서 순조롭게 업무 수행을 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방기선 실장은 정통 경제관료로서 예산과 정책 관련 요직을 두루 섭렵한 ‘정책통’이다. 최근 산업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방문규 전 실장의 뒤를 이어 국무조정실장에 임명됐는데 위기 대응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어려운 환경 속 경제 중심 국정 기조를 세운 정부에서 조정 역할을 충실히 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방 실장은 1990년 제34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주로 경제기획원, 재정경제부, 기획예산처, 기획재정부 등에서 경제 관료로 일했다.
국토해양예산과장, 복지예산과장, 경제예산심의관 등을 역임하며 예산전문가로서 역량을 키웠다. 그 뒤 정책조정국장, 기획재정부 차관보 등 정책·예산 분야 요직을 거쳤다.
차관보 시절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발생함에 따라 코로나19 위기 극복 과정에서 큰 기여를 했다. 마스크 공급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던 ‘마스크 대란’ 때 200조 원 규모의 금융 지원 대책을 준비하는 등 긴급 상황에서 위기 대처 능력을 발휘했다.
윤석열 정부에선 기획재정부 제1차관으로 윤석열 정부의 거시 경제 정책 마련과 정책 조정 등을 총괄했다. 사안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능력이 탁월하단 평가를 받았다.
기재부 후배들에게 신망 역시 매우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직원들이 투표로 뽑는 ‘닮고 싶은 상사’에 세 차례 선정돼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상대방의 의견을 귀담아듣는 소탈한 성격과 더불어 합리적인 리더십을 갖췄다. 이에 따라 부처 사이 업무를 조정하는 국무조정실장을 맡기에 적임자란 평가를 받고 있다.
국무조정실장은 국무총리 비서실장과 함께 국무총리를 보좌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아울러 차관회의를 주재하고 국무회의 안건을 상정하는 등의 업무를 맡는다.
정치인이 주로 맡는 다른 장관급 정무직과 달리 보통 관료 출신이 맡기 때문에 ‘최고위 관료’라는 인상이 강한 자리이기도 하다.
업무 특성상 경제 정책을 주로 다루게 되는 일이 많아 보통 경제관료 출신이 발탁되는 일이 많다. 국무조정실장이 장관급으로 격상된 김대중 정부 이래 국무조정실장을 거쳐간 24명 가운데 19명이 경제관료 출신이다.
국무조정실장은 관료의 '톱'으로서 다양한 국정 경험을 쌓게 되며 대통령과 접점도 많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특성상 국무조정실장을 거친 실력자들은 그 뒤에도 정부에서 핵심 요직을 맡으며 중요되는 일이 잦았다.
당장 방기선 실장의 전임자인 방문규 전 실장부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을 받았다. 지난해 정책 혼선으로 갑작스럽게 교체된 교육부 장관을 제외하면 사실상 윤석열 정부의 첫 국무위원 인사 대상자로 국무조정실장이 뽑힌 것이다.
국무조정실장으로서 국정 전반과 관련된 폭넓은 이해도와 조정 능력을 증명한 것이 역대 8번째 ‘기재부 출신 산업부 장관 발탁’의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국무조정실장으로서 윤석열 대통령과 소통하며 에너지 정책 등 윤석열 정부의 국정 기조와 관련한 높은 이해도를 갖춘 것 또한 높이 평가된 것으로 보인다.
▲ 신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이 8월22일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인선발표 브리핑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전 정부 사례를 보면 김대중 정부에서 마지막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김진표 실장이 노무현 정부에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역임했다. 현재는 5선 국회의원으로 21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을 맡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2대 국무조정실장직을 수행한 한덕수 실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국무총리를 거쳤으며 윤석열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로서 일하고 있다. 김영주 실장과 임상규 실장 또한 노무현 정부에서 각각 산업자원부 장관, 농림부 장관을 맡았다.
이명박 정부 시절 3대 국무총리실장(지금의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했던 임채민 실장은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다.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국무총리실장이었던 임종룡 실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금융위원장을 역임했고 올해 3월부터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선출돼 일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때 초대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김동연 실장은 일신상 이유로 공직을 떠났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다시 발탁됐다. 현재는 민주당 소속으로 경기도지사를 맡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두 번째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한 추경호 실장은 여당의 러브콜을 받아 여의도로 진출했으며 현재 윤석열 정부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나라 살림을 꾸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을 맡은 홍남기 실장 역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역임했다. 후임 노형욱 실장은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국토교통부 장관직을 수행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