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수진영 최악 폭염에도 "기후변화 탓 아냐", 기후정책 후퇴 우려 커져

▲ 미국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기후변화가 폭염의 원인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7월25일 미국 뉴올리언스 국제공항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탑승한 여객기를 보고 환호하는 지지자들의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보수 진영의 정치인과 싱크탱크가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변화 대책을 공격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보수 진영은 미국에 닥친 폭염의 원인이 기후변화가 아니라고도 주장해 정치적 진영논리가 기후문제 대응의 변수로 떠올랐다.

27일(현지시각) 주간지 타임(Time)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중심으로 미국 보수진영은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공격하면서 기후변화 자체를 부인하는 논리를 퍼트리고 있다. 

타임지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환경 극단주의(environmental extremism)’라고 치부하며 "미국 노동자에게 무자비하고 불충실하며 끔찍하다"고 비난했다. 

이를 놓고 2024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수층 지지자를 결집시키기 위해 바이든 정부의 온실가스 배출 대응책이 세금 낭비라며 비판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가 친환경 제조업 육성에만 집중하다보니 관련되지 않은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실직 등의 피해를 입는다는 뜻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기후변화 대응 목적으로 친환경 산업에 재정 지원책을 담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과시켰다. 

친환경 산업에 지원되는 재정 규모는 모두 3690억 달러(약 471조6300억 원)에 달한다. 

특히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전기자동차(EV) 제조업 육성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다. 내연기관 차량은 운행을 하면 온실가스를 다량으로 배출해 미국 평균 기온을 높인다는 진단에 근거했다.  

타임지는 “폭염이 이어지고 기후변화 대응책이 마련될수록 정치적 보수주의자들은 기후변화 대책에 반대할 지지자들을 더 강하게 결집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어떤 정당을 지지하느냐에 따라 기후변화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진다는 지적 이어졌다. 

타임지는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2020년 실린 논문을 인용해 “미국 민주당을 지지하는 주에서는 극단적인 날씨와 기후변화 현상의 상관관계가 강하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며 “반면 다른 당을 지지하는 주에서는 그 정도가 낮다”고 보도했다. 
 
미국 보수진영 최악 폭염에도 "기후변화 탓 아냐", 기후정책 후퇴 우려 커져

▲ 바이든 행정부는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 대책을 마련했지만 정치적 반대 진영의 비판에 직면하면서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사진은 현지시각으로 27일 미국 백악관에서 폭염 대책을 발표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우측에서 두 번째). <연합뉴스>

정치색이 강한 한 싱크탱크에서는 현재 미국에 닥친 폭염의 원인이 기후변화가 아니라는 주장까지 하면서 기후변화 대응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자유시장을 지향한다고 소개하는 ‘허트랜드 연구소’의 편집장 저스틴 호킨스는 현지시각으로 27일 폭스뉴스에 기고문을 내고 기후변화가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호킨스 편집장은 ‘미국 기후변화 과학 프로그램’이 집계한 폭염지수 자료를 인용해 2023년의 폭염 정도가 1930년대보다 심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바이든 정부를 지지하는 언론들이 기온 통계자료를 선택적으로 보도해 의도적으로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단일 지표에 기반한 주장이고 평균온도 상승 등은 언급하지 않아 설득력이 의문이라는 반대 의견도 한견에서 제시된다.
 
현재 미국은 텍사스주와 같은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연일 섭씨 40도가 넘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저스틴 호킨스는 2018년부터 ‘사회주의를 저지하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한 사람이라고도 알려졌다. 

결국 과학적 사실과는 무관하게 어떤 정치성향을 띠느냐에 따라 기후변화와 극단적 날씨를 바라보는 관점이 극명하게 갈리면서 정부 주도로 기후변화 대응책을 마련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타임지는 “기후변화 대응 정책이 후퇴하는 세상은 공포심을 자아낸다”고 평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