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정부 상대 소송 승소는 한국의 정경유착 문제를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왔다. 삼성물산 서초사옥이 위치한 서울 서초구 삼성타운. <삼성물산> |
[비즈니스포스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소송에서 한국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받은 일은 한국의 정경유착 문제를 대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영국언론의 지적이 나왔다.
이러한 사례가 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을 의미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라는 분석도 이어졌다.
30일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한국의 정경유착을 보여주는 여러 사례가 해외 투자자와 한국 국민들에 모두 부정적인 여론을 심어주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는 최근 한국 정부가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에 5350만 달러(약 706억 원)와 지연이자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의 지분 약 7%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대주주인 국민연금의 개입으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국민연금이 박근혜 정부의 압박을 받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 의견을 낸 만큼 엘리엇 측이 이 과정에서 입은 금전적 손실을 정부에서 일부 보전해줘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판결이 한국에서 오래도록 자리잡은 정경유착 문제를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승계를 위해 필요한 수순으로 꼽혔다. 한국 정부가 국민연금을 통해 이를 도와주는 역할을 자처했던 셈이다.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이 19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에서 임직원들에 조직 혁신을 주문했지만 정경유착 문제는 개선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이코노미스트는 “
이건희 전 회장은 삼성의 이미지를 바꾸려 했지만 재벌과 정부의 긴밀한 관계는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며 “한국 국민들도 분노감을 느낄 것”이라고 보도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국민연금에도 3억 달러(약 3961억 원)의 손실을 불러왔다는 추정이 나오는 만큼 정경유착이 국민의 세금에도 손해를 끼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증시 저평가 원인이 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러한 여러 사례가 근본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정경유착은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에 투자하는 일도 어렵도록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재벌기업과 관련된 한국 정부의 개입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의 이유를 설명해주고 있다”며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소송 사례는 이들의 끈끈한 관계를 드러낸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