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부동산 양대 통계인 부동산원과 KB부동산의 부동산 조사자료 결과가 다시 엇갈렸다.
한국부동산원와 KB부동산 통계가 조사방법의 차이로 수치가 다르게 나타나는 일은 많지만 최근 서울, 세종 등 일부 지역에서는 부동산가격 방향성마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통계 신뢰가 떨어지면서 거래빈도가 낮은 부동산 주간단위 통계가 의미가 없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 국내 부동산 양대 통계인 부동산원과 KB부동산의 부동산 조사자료 결과가 다시 엇갈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지역 아파트. |
2일 발표된 KB부동산 통계를 보면 한국부동산원과 조사기준일 5월22일부터 서울 아파트값 통계의 방향성이 갈렸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5월22일 조사기준 5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주와 비교해 0.03% 상승했다. 51주 연속 하락세를 멈추고 1년이 되는 52주째 상승으로 돌아선 것이다.
이어 5월29일 조사기준 5월 다섯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상승폭이 0.01%포인트 높아진 0.04%로 집계됐다.
반면 KB부동산의 서울 아파트값은 여전히 지속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5월2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주간변동률은 0.11% 하락을 보였다. 이어 이날 발표된 5월29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주간변동률도 0.03% 떨어져 하락을 이어갔다.
KB부동산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주간변동률은 2022년 7월11일 보합세(0.00%)를 보인 뒤 꾸준히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다.
세종시도 마찬가지다.
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세종시 아파트 가격은 지난 3월20일 기준 전주보다 0.09% 오른 뒤 11주 연속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KB부동산 자료는 지속 4월17일 기준 보합(0.00%), 5월8일 0.09% 상승했던 때를 제외하고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같은 지역 같은 기간임에도 주간 시세가 상승과 하락으로 엇갈려 시장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두 조사 기관은 조사방식과 표본의 차이가 존재한다. 부동산원은 직원 300여 명이 표본주택의 변동상황을 분석해 내부시스템에 입력하면 해당지사에서 검증작업을 거치고 본부 주택통계부에서 확인해 최종 시세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반면 KB부동산은 공인중개업소가 직접 입력하는 ‘거래 가능한 가격’을 종합해 시세를 집계한다. 표본주택 가운데 거래가 이뤄진 사례는 실거래가격을 넣고 거래가 되지 않은 경우 매매사례비교법에 따라 산출한 가격을 부동산중개업소가 입력하는 것이다.
양쪽 모두 조사방법에 일정한 한계를 지닌다. 부동산원은 실제 조사를 담당하는 개별 조사원이 전문성을 갖췄는지 알 수 없고 별도 검증방법도 없다는 비판을 받는다. KB부동산 쪽은 시장의 흐름에 중개업소가 휘둘릴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여기에 부동산 통계는 해마다 아파트가 멸실되고 새로 지어지면서 표본 자체가 달라지기에 시간흐름에 따라 가격 변화를 보여주기가 어렵다는 근본적 한계도 갖고 있다.
표본을 놓고 보면 지역은 부동산원이 더 넓게 커버하고 있지만 표본수는 KB부동산이 두배가량 많다.
부동산원은 2021년 7월부터 전국 261개 구·시·군, 3만2천 세대를 표본으로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KB부동산은 2022년 11월 아파트 기준 표본을 전국 152개 구시군, 3만1800세대에서 240개 구시군, 6만2220세대로 크게 늘렸다.
부동산원은 2020년 부동산값 폭등이 시작될 즈음에도 통계 왜곡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적이 있다.
2020년 7월 김현미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에서 부동산원의 월간 매매가격 지수 상승률을 근거로 “3년 동안 서울 주택가격이 11% 올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KB부동산 통계에서 서울 주택가격이 50% 이상 오른 것으로 나와 5배 정도 차이가 났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준이 되는 부동산원의 통계가 민간 조사와 어긋나면서 통계를 향한 신뢰가 떨어진다는 말이 나온다.
통계가 기관마다 차이가 커지면 주택 수요자들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부동산원 통계자료에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영향이 있고 KB부동산의 통계는 대출기준이 되는 등 여러 자료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2월 부동산원과 민간 부동산 조사업체의 통계차이를 두고 “조사하는 표본 수집 방식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일정한 차이가 나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럽다”고 큰 문제가 아니라는 시각을 보였다.
하지만 각 기관들은 부동산원의 통계에 의구심을 지속 보내고 있다. 국토연구원은 지난 2월 한국부동산원의 주택가격 통계가 실거래가 수준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관석 국토연구원 박사는 “일반적으로 부동산원처럼 표본조사를 통해 얻는 주택가격 지수는 실제 거래가격의 변화를 전적으로 반영하지 못하는 지수 평활화 특징을 가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시 역시 ‘서울형 주택실거래가격지수’ 개발을 완료하고 올해 안에 본격적으로 운영하겠다고 지난 2월 발표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시세 기반 지수에 조사자의 주관이 반영돼 시장지표정보로서 실제 주택 시장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오히려 주택시장 심리 불안, 시장 왜곡 등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서울형 주택실거래가격지수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부동산원의 조사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돌려 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부동산원의 주간 단위 아파트값 변동률 발표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아파트값이 10억 원일 때 주간 단위로 0.01% 바뀌면 10만 원 수준이고 거래량도 유의미하지 않아 월 단위로 발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부동산원의 주간통계가 개편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부동산원 자문위원회 회의에서도 주간 통계가 불필요하단 의견이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