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넷 옐런(67) 시대가 개막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FRB 연준) 옐런 의장이 3일(현지시각) 공식 취임했다. 연준 100년 역사에서 첫 여성 의장이다. 옐런 의장의 임기는 4년으로 오는 2018년 2월3일까지이다.


  미국 연준 '옐렌 시대' 개막  
▲ 자넷 옐런 미 연준 의장
옐렌 의장은 곧 미국 상원 금융위의 ‘반기 통화정책 보고’ 청문회에 출석해 통화정책에 대한 견해를 밝힌다. 옐런 의장은 버냉키 전임 의장의 최측근으로 2010년부터 부의장직을 맡아온 만큼 버냉키 전임 의장의 정책을 충실히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옐런 의장이 당면한 과제로 금리 인상 시기의 결정과 실업률을 꼽았다. 이 매체는 "금리인상을 너무 성급하게 인상하면 회복세로 접어든 미국의 경제와 글로벌 경제에 독이 될 수 있다"며 "반대로 너무 늦게 올려도 금융시장에 거품이 형성되고 물가상승률이 높아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연준은 금리와 관련해 실업률이 6.5%로 떨어질 때까지는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실업률이 6.7%로 내려가 연준의 목표치에 접했다. 따라서 시장은 금리 인상 시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연준은 실업률이 6.5%로 내려가더라도 양적완화 규모는 계속 늘리겠지만, 당장 금리 인상을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이미 밝혔다. 아직은 실업률이 내려가더라도 고용시장의 환경이 그렇게 좋지 않다는 판단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시간제 일자리에 종사하면서 정규직 전환을 원하는 이나, 일자리를 원하지만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이들을 포함하면 실업률은 13%로 높아진다고 보도했다.


실업률이 하락해도 급여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는 점도 문제다. 옐렌 의장은 지난해 11월 의회의 인준 청문회에서 "임금 수준이 최근 몇년간 소폭 인상되는 데 그쳤거나 실질적으로 올라가지 않았다"고 이 문제를 거론했다.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가 세계경제에 끼칠 영향을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도 옐런 의장의 과제이다. 전문가들은 옐런 의장이 시장 안정을 위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는 등 출구전략 속도를 늦출 것이라고 전망한다.

연준은 지난해 12월과 지난달 잇따라 100억 달러씩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해 국채 및 주택담보부채권 매입 규모를 650억 달러로 줄였다. 이런 출구전략에 대한 우려로 신흥 시장에서는 대규모 자금이 이탈했으며, 터키와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주요 신흥국의 통화가치가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옐런 의장은 ‘유리천장’을 뚫어온 여성으로 손꼽힌다. 워싱턴포스트는 옐런 의장이 젊은 시절에 여성이라는 이유로 능력에 대해 계속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지만 일을 통해 자신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1971년 예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20명 중 여성은 옐런 의장이 유일하다. 그가 박사 과정을 마칠 즈음 미국경제학회(AEA)는 "경제학은 남성만의 영역은 아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옐렌 의장의 남편은 '정보 비대칭 이론'의 창시자이자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 애커로프 교수다.


한편 8년간의 연준 의장직을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워싱턴DC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로 자리를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