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부동산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규제를 지속적으로 풀고 있다.

미분양주택이 위험수위를 넘어섰으나 정부는 매입을 통한 직접 개입에 선을 긋고 있다. 다만 미분양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아 규제 완화폭을 양도세 면제까지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건설업계 미분양 위기감 고조, 양도세 면제 특단 대책까지 학수고대

▲ 정부가 현재 미분양 상황에 개입할 수준이 아니라고 하지만 미분양이 더욱 늘 것으로 예상돼 양도세 면제카드가 나올지 주목된다. 사진을 견본주택을 방문한 시민들. 


19일 부동산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한시적 취득세·양도소득세 감면 등을 통해 미분양 해소에 선제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조심스레 고개를 든다.

양도세 면제는 과거 부동산시장 침체기에 나와 효과를 본 적 있는 특단의 대책이다.

정부는 2009년 3월에 2010년 2월까지 비수도권 지역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면 5년 동안 양도세를 면제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내의 미분양주택에도 60%의 세액감면 혜택을 주는 내용도 내놨다. 비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전액, 수도권 미분양은 일부를 감면한 것이다.

특히 다주택자도 미분양 주택을 구입하면 장기보유특별공제를 허용하고 단기양도에 해당하거나 다주택자라도 중과세율이 아닌 일반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2009년 3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16만5600세대로 수도권 2만8600세대, 비수도권 13만7천 세대였다.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이 시행된 뒤인 2010년 2월에는 전국 미분양 주택이 11만6400세대(수도권 2만7300세대, 비수도권 8만9100세대)로 30%가량 줄었다. 수도권 미분양은 4.5% 감소하는데 그쳤으나 비수도권은 35% 급감했다.

정부는 이 조치를 2010년 5월까지 연장했다가 2012년 9월 다시 부활시켜 2012년 말 종료했다. 이어 2013년 4·1 부동산 대책에서는 전용면적 85㎡ 이하 한정으로 연말까지 신규·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면 5년 동안 양도세를 면제하는 혜택을 부여했다.

최근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고 있고 이 가운데 비수도권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주택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는 서울·수도권은 제외하더라도 비수도권 미분양 해소를 위해 양도세 면제 등 세제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국토부에서 2월28일 발표한 미분양 주택을 보면 1월 미분양 주택은 7만5천 세대로 지난해 말(6만8107세대)보다 10.6% 늘었다. 2021년 12월 말(1만7710세대)과 비교하면 4.25배 증가한 수치다. 

미분양 물량은 이미 국토부에서 제시한 미분양 위험수위 6만2천 세대를 크게 웃돈다. 분양시장에서는 올해 상반기에 미분양 10만 세대가 넘어갈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비수도권 미분양이 결국 건설사 부도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1월 미분양 가운데 83.7%에 이르는 6만3102세대가 비수도권 미분양 물량으로 집계됐다. 더욱이 서울·수도권과 달리 비수도권에서는 주택시장 온기가 전혀 돌고 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비수도권에서 할인분양이 본격화할 조짐도 나타난다.

미분양의 무덤으로 불리는 대구에서는 수성구 ‘만촌 자이르네’가 최대 25% 할인분양에 나섰고 인천 송도 ‘더퍼스트시티 송도’도 시행사에서 보유한 물량이 할인분양으로 나왔다.

미분양이 가파르게 늘어나면 건설업계 자금줄이 막히고 이는 금융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만기를 연장한다 해도 3~6개월 만에 다시 만기가 돌아오는 점을 고려하면 자금줄이 막힌 원인인 미분양을 해소하는 것만이 근본적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비수도권 미분양 문제로 인해 중견건설사들이 임계점을 넘어 부도사태를 맞이할 수도 있다”며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는 만큼 한시적 양도세, 취득세 면제 등의 방법으로 온기를 전국으로 퍼지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반면 정부는 건설사 자구노력을 요구하면서 아직 개입할 단계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투기 우려 등이 있는 만큼 양도세 면제 카드를 꺼내드는 데에는 신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1월30일 기자들과 만나 “분양 물량을 정부가 떠안아야 할 단계라고 보지 않는다”며 “선분양 제도에서 악성은 준공후미분양으로 일반 미분양이 늘어난다고 해서 주택시장의 위기로 볼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준공후미분양 물량은 아파트 단지조성이 끝나 즉시 입주가 가능한 시점까지 분양이 이뤄지지 않은 것을 말하는데 악성재고로 평가된다. 주택시장을 파악하는 데 미분양 주택물량보다 더욱 중요한 지표로 여겨진다.

실제 전국 준공후미분양은 지난 1월 기준 7546세대로 전월(7518세대)와 비교하면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고 2021년 말 7449세대와 비교해도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다만 정부도 부동산 관련 규제를 완화하면서 미분양 급증에 대응하고 있다. 2월28일 무순위청약에서 무주택·거주지요건을 폐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공포하고 곧바로 시행했다.

이에 앞서 1월에는 '1·3부동산 대책'을 통해 최대 10년인 전매제한 규제와 2년 실거주 의무를 완화했다.

전매제한 기간 축소는 시행령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 3월 말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실거주의무 폐지는 주택법 개정 사안이지만 아직 국회에서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