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미국 은행들의 줄파산 사태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기조를 기계적으로 따라갈 필요가 없다는 소신을 고수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창용신 그냥 주식하지, 주식했으면 한국의 워렌버핏이다.”
“솔직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보다 창용신이 더 믿음직하다.”
국내 한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예측한 금융시장 전망이 맞아떨어지자 이 총재를 신에 빗댄 별명으로 부르며 올린 글의 일부다.
이 총재는 지난해 해외주식에 직접투자하는 국내 투자자에게 ‘상투(고점 매수)’를 잡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는데 주요국의 공격적 통화긴축으로 증시부진이 이어지면서 이 총재의 전망이 적중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확대된 상황에서도 두 나라의 경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를 쫓아갈 필요가 없다고 바라봤는데 미국 은행들이 줄파산하면서 이 같은 이 총재의 금융시장에 대한 예상이 확인된 셈이다.
14일 금융업계 안팎에 따르면 연준의 공격적 통화긴축으로 미국 은행들의 파산이라는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연준에서도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과 시그니처은행의 파산 사태는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던 국채 가격이 급락해 재무 건전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업계는 연준이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21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5%포인트 금리인상이 아닌 금리동결 내지 0.25%포인트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시선이 커지고 있다.
연준의 금리인상 폭을 예측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서 0.5%포인트 인상 확률은 파월 의장의 미국 상·하원 발언 이후 꾸준히 높아지다 13일(현지시각) 0.0%로 급락했다. 반면 금리동결 확률은 15.9%, 0.25%포인트 인상 확률은 84.1%로 집계됐다.
박준우 KB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물가 안정을 위한 정책과 금융 안정을 위한 정책은 구분할 가능성이 있다”며 “3월 0.25%포인트 인상과 최종 기준금리 5.25%를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연준이 3월 회의에서 금리인상에 속도를 조절한다면 이 총재도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상황에 대한 부담을 한결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0.5%포인트 수준의 금리인상을 단행한다면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는 사상 최대치인 1.5%포인트를 넘어설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총재는 한국은행 총재 후보 시절부터 한국이 미국의 급격한 금리인상 기조를 따라갈 필요가 없다고 강조해왔는데 이번 미국의 은행 파산 사태를 통해 이러한 태도를 고수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