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신용평가사 무디스 애널리틱스(Moody’s Analytics)가 가뭄, 더위, 해수면 상승 등 장기적인 물리적 위험을 분석한 결과 샌프란시스코는 종합적으로 평균 이상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위키미디어 커먼즈>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공장 설립이나 이민을 준비하며 부동산을 살펴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읽어야 할 분석보고서가 나왔다.
워싱턴포스트는 현지시각 23일 미국 신용평가사 무디스 애널리틱스(Moody’s Analytics)의 ‘기후변화가 미국 지방정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소개했다.
이 보고서는 “지구 온난화가 미국 도시 경제를 재편할 것”이라며 최악의 타격을 입을 대도시로 샌프란시스코를 꼽았다.
가뭄, 더위, 해수면 상승 등 장기적인 물리적 위험을 분석한 결과 샌프란시스코는 종합적으로 평균 이상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워싱턴포스트는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미국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인 샌프란시스코는 세 가지 부문에서 모두 장기적인 도전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케이프코랄, 뉴욕시, 롱아일랜드 역시 평균 이상으로 물리적 위험이 높은 도시로 평가됐다.
특히 뉴욕시는 풀기 어려운 문제에 직면해 있다. 중심지인 맨하탄이 물로 둘러 싸여 있는 데다 이동수단 등 많은 활동이 저지대 혹은 지하철 터널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그 탓에 홍수가 잦아지면 경제가 마비될 위험이 높다.
케이프코랄은 해수면 상승 위험에 크게 노출되어 있다. 최고 위험도를 100으로 놨을 때, 케이프코랄의 해수면 상승 위험점수는 90을 초과했다.
피닉스와 투싼은 가뭄이 왔을 때 물 스트레스를 크게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두 지역의 물 스트레스 위험도는 90점이 넘었다.
허리케인에 가장 취약한 지역은 플로리다, 루이지애나, 델라웨어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우스캐롤라이나, 로드아일랜드, 뉴저지, 버지니아, 매사추세츠, 코네티컷도 허리케인 위험도가 80점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루이지애나와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는 홍수에도 취약했다. 이 세 지역은 50점 이상의 홍수 위험도를 기록했다.
▲ 미국에서 허리케인, 산불, 홍수로 위한 물리적 위험이 높은 지역. < 무디스 애널리틱스 > |
이 보고서는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이 어떤 경제적 여파를 가져오는지도 예측했다.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은 지역마다 다른 결과를 가져왔다.
예를 들어, 미국 정부가 화석연료를 줄이기 위해 에너지 전환 속도를 높이면 알래스카와 오클라호마처럼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주들은 다른 주들보다 타격을 더 크게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대로 미국 정부가 화석연료 감축 속도를 줄이면 플로리다, 뉴저지, 뉴욕시처럼 물리적 위험도가 높은 주들의 경제적 타격이 커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부문별로는 안전한 지역도 있었다. 켄터키, 루이지애나, 테네시는 대수층(지하수를 함유한 지층)이 있어 가뭄이 와도 물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몬태나와 다코타는 추운 기후인 데다 해안에서 먼 내륙 지역이라 지구 온난화의 물리적 위협으로부터 좀더 보호를 받을 것으로 예측됐다.
이러한 평가 결과는 미국 부동산 가격이나 지역별 신용도 평가, 지역 인구의 증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선 이미 기후변화로 인한 도시 재편이 시작되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해 300만 명 이상의 미국인들이 기후 재해로 집을 잃었으며 이 중 상당수가 원래 살던 지역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이경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