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르면 2024년부터 '토큰증권'이라는 새로운 투자시장이 열리게 되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제도권 내 STO(토큰증권 발행)시장의 개화를 준비하면서다.
금융위는 이번 가이드라인의 방점을 ‘투자자 보호’에 찍었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향후 흥행성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금융위원회가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제도권 내 STO(토큰증권 발행) 시장 개화를 준비하고 있다. 금융위는 이번 가이드라인의 방점을 '투자자 보호'에 찍었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앞으로 흥행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
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위가 최근 ‘토큰증권(ST, Security Token)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을 내놓으면서 제도권 내 STO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는 2024년 본격적인 제도 시행에 나서는 것을 목표로 올해 상반기 중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등 관련 법안과 세부 요건 정비에 나설 방침이다.
토큰증권은 부동산 같은 실물이나 금융자산을 쪼갠 뒤 이를 블록체인 기반 토큰에 연동해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수단을, STO(Security Token Offering)는 이를 활용한 자금조달 방법을 뜻한다.
가상화폐 같은 디지털자산을 제도권 안으로 품기 위해 금융위가 STO 관련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위는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투자자 보호’를 핵심가치로 내세웠다.
이를 위해 토큰증권을 기존 증권성 자산으로 판단할 수 있는 조건을 세세히 규정하고 엄격한 자본시장법 규제를 따르도록 했다.
동시에 다른 나라보다 투자자를 더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내용도 다수 담았다.
시장 교란을 막기 위해 유통과 발행 주체를 분리해 놓은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 등 앞서 STO 규제를 마련한 나라는 초기 시장 확대 등을 고려해 유통과 발행 주체를 분리하지 않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발행과 운영을 분리하고 이해충돌을 방지해 투자자를 보호하는 것이 자본시장제도의 기본원칙이다”며 “이는 새롭게 형성될 장외시장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놓고 유통과 발행 주체가 분리된 상황이 제도 정착 초반 시장 확대를 위한 흥행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세계 최대 STO시장인 미국을 보더라도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최초 STO를 진행한 곳은 INX디지털컴퍼니인데 이곳은 미국을 대표하는 토큰증권거래소인 INX거래소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INX디지털컴퍼니의 자체 증권토큰인 INX도 거래된다. 아무래도 증권토큰 발행업체가 직접 거래소를 운영하면 거래 확대 요인이 커지게 되고 이에 따라 STO시장이 활발해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다만 다른 한쪽에서는 유통과 발행 주체 분리 등 일부 방안을 제외하면 한국 STO시장이 활성화할 요인이 충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제도권 증권토큰에 투자할 수 있는 자격이 해외보다 상대적으로 느슨해 시장 흥행에 긍정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싱가포르 등은 코로나19 이전 STO 관련 제도를 도입했지만 까다로운 투자 자격조건 탓에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STO 관련 보고서에서 “미국과 싱가포르는 때에 따라 토큰증권 투자자를 기관이나 적격 투자자로 제한해 자격조건이 까다롭다”며 “투자자 제한 등의 규제로 기존 및 신규 자산의 토큰화 모두 부진하다”고 바라봤다.
반면 한국은 개인투자자가 제도권 내 증권토큰에도 큰 제약 없이 투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가 토큰증권의 핵심으로 조각투자를 짚은 점도 흥행을 이끌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조각투자는 이미 국내 소비자에게 익숙한 투자방식으로 여겨진다.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카사’나 음악저작권사용료 투자 플랫폼 ‘뮤직카우’ 등에서는 이미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STO시장 진출을 위한 기존 증권업계의 활발한 움직임도 시장 확대에 긍정적 요소다.
키움증권이 뮤직카우와 업무협약을 맺고 토큰증권 거래를 준비하고 대신증권이 카사 인수를 추진하는 등 기존 증권사들은 토큰증권을 미래먹거리로 보고 앞다퉈 STO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STO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와 업계의 지속적 소통 역시 중요하다고 바라본다.
미국 정부는 증권거래위원회 내부에 ‘금융과 혁신 기술을 위한 전략적 허브(Finhub)’를 열고 업계와 STO 관련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 STO 논의는 매우 활발하며 증권거래위원회는 핀허브 포털을 통해 가상자산시장 참여자들과 소통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시장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거래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