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호 기자 uknow@businesspost.co.kr2023-02-01 14: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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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우리금융지주 회장 후보 선정 과정을 두고 금융당국이 재차 압박을 가하며 우리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내부 출신 후보 이원덕 우리은행장과 외부 후보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두고 저울질하고 있었는데 과정 자체가 문제라는 말이 나오며 고심이 깊어질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 1일 우리금융지주에 따르면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우리금융지주 회장 후보 최종 선정을 위한 심층 면접을 시작했다.
1일 우리금융지주에 따르면 최종 회장 후보를 선정하기 위한 심층 면접을 시작한다.
우리금융지주 회장 후보 숏리스트에 오른 이 행장, 신현석 우리아메리카 법인장, 임 전 위원장, 이동연 전 우리에프아이에스(FIS) 사장 등 4명이 면접 대상이다.
우리금융지주는 3일 추가 면접을 거쳐 2월 안으로 최종 후보를 선정할 계획을 세웠다.
당초 금융업계에서는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이 우리금융지주를 압박하자 외부 인사를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선임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시선이 나왔었다.
숏리스트에 외부 출신 임 전 위원장이 들어가자 임 전 위원장을 내정한 것으로 보는 관측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금융당국은 숏리스트가 발표된 뒤 또다시 압박을 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앞서 1월26일 서울 종로구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린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우리금융지주) 회장 후보자 숏리스트가 일주일 만에 뽑힌 과정에서 필요한 만큼 시간이 확보됐는지 우려스럽다”며 “적어도 주주가 객관적 기준을 물었을 때 검증할 수 있는 기준과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최선인데 지금 그 절차가 적절한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1월27일 대통령 업무보고 브리핑을 앞두고 “(우리금융지주 회장 선임 절차에) 합리적으로 투명했느냐에 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며 “불편한 상황이 있다면 그에 관한 제도개선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에 이어 대통령실에서도 금융권 지배구조에 관한 말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1월30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금융 산업은) 국방보다 중요한 공공재적 시스템이다”며 “공정하고 투명한 은행의 지배구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또다시 시작된 압박을 두고 향후 금융권 지배구조 개혁을 추진하려는 정부가 임 전 부회장을 밀고 있다는 의혹에서 벗어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임 전 부회장을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내정했지만 대통령까지 나서 금융권 지배구조 개선을 말했는데 금융당국이 임 전 위원장을 낙하산 인사로 밀고 있다는 인식이 퍼져 지배구조 개선의 동력 잃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금융당국의 압박 시점을 두고 임 전 위원장이 아닌 다른 내정자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우리금융지주가 롱리스트를 발표할 때는 압박을 하지 않던 금융당국이 숏리스트 발표에 압박을 다시 시작하자 떨어진 후보자 가운데서 염두에 둔 사람이 있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금융지주 회장 롱리스트에는 이 행장, 신 법인장, 임 전 위원장, 이 전 사장 외에 김정기 우리카드 대표이사 사장, 박경훈 우리금융캐피탈 대표이사 사장, 박화재 우리금융지주 사업지원총괄 사장, 김병호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등이 올랐었다.
숏리스트에 들지 못한 김정기 사장, 박경훈 사장, 박화재 사장 등 3명은 우리금융지주 내부 출신이고 김병호 전 부회장만 외부 출신이다.
이에 제외된 유일한 외부 출신인 김 전 부회장을 염두에 둔 인사가 아니었냐는 것이다.
우리금융지주 회장 선정을 두고 여러 관측과 압박이 나오는 가운데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우리금융지주 임원추천위원회를 이끄는 이사회일 것으로 여겨진다.
사실상 이 행장과 임 전 위원장 2명을 두고 고심하고 있는데 금융당국의 압박이 또다시 이어지며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 됐다.
당초 내부 출신 이 행장을 뽑아 내부 불만을 잠재우느냐, 외부 출신 임 전 위원장을 선정해 정부와 코드를 맞추느냐를 고민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금융당국의 압박 때문에 새로운 고민이 더 얹어졌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