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신한금융그룹이 계열사 인사와 신한금융지주 인사를 마무리하며 ‘진옥동 회장체제’ 출범을 위한 준비를 대부분 마쳤다.
신한금융그룹이 이번 인사에서 ‘관치’나 ‘낙하산’ 등 우려와 충분히 거리를 두면서 진옥동 회장 내정자가 내년 임기 첫해 조직을 빠르게 안정화하고 장악력을 높이는 데에도 큰 힘이 실릴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 신한금융그룹이 20일 실시한 계열사 인사와 신한금융지주 인사는 금융권의 예측을 대부분 빗나갔다. 사진은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내정자.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그룹이 20일 실시한 계열사 인사와 신한금융지주 인사 등은 금융권의 예측과 많이 다른 면을 보여줬다.
일단 사장단 인사에서 세대교체가 대대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은 어느 정도 들어맞았다.
신한금융그룹은 신한은행과 신한카드, 신한라이프 등 3곳 핵심 계열사에 50대 최고경영자(CEO)를 발탁했다.
한용구 신한은행장 내정자(1966년), 문동권 신한카드 사장 내정자(1968년), 이영종 신한라이프 사장 내정자(1966년) 등은 모두 50대 중후반으로 기존 사장단과 비교해 나이가 많게는 8살까지 젊어졌다.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이 1960년생이고 문동권 사장 내정자가 1968년생으로 나이가 8살 차이가 난다.
조용병 회장이 무난하게 재연임에 성공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진옥동 내정자가 차기 회장에 선임된 만큼 금융권에서는 신한은행과 신한카드 등 주력 계열사 사장단 인사에서도 세대교체 흐름이 반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세대교체 외에는 대부분 인사 관련 예상이 빗나갔다.
신한은행장에는 윤석열 정부와 관계 등을 고려해 서울대 출신 인물이 선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으나 내년 경기 불확실성 등을 고려해 영업전문가로 평가받는 한용구 신한은행 부행장이 행장으로 발탁됐다.
진옥동 내정자 등의 사례에 비춰 신한은행 요직으로 꼽히는 오사카지점장을 거친 인물이 신한은행장에 오르지 않겠냐는 관측도 빗나갔다. 한 내정자는 신한은행 일본 현지법인인 SBJ은행 설립 TF(태스크포스)에 참여한 적은 있지만 오사카지점을 거치지는 않았다.
신한카드 인사에서는 ‘낙하산’ 인사는 절대 안된다는 내부 직원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점이 눈에 띈다.
문동권 신한카드 사장 내정자는 첫 내부 출신 사장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문 내정자는 LG카드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신한금융그룹이 LG카드를 인수하면서 ‘신한맨’이 됐다.
신한카드 노조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신한금융그룹은 물론이고 카드업계 전체로 봐도 내부 출신이 사장에 오르는 일은 처음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며 “내부 직원들은 당장 환영하는 분위기이고 사기 진작과 동기 부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카드는 그동안 신한은행이나 신한금융지주 출신이 사장을 도맡으면서 내부 직원들의 불만이 컸다.
신한카드 노조는 앞서 15일 사장단 인사를 앞두고 카드업에 이해도가 많지 않은 인사들이 지주사나 은행에서 내려와 신한카드 대표자리를 차지하는 데 반대 목소리를 내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신한금융그룹에서는 조만간 계열사 인사에 따른 후속 인사가 이뤄지겠지만 큰 틀이 잡힌 만큼 조직 분위기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그룹은 20일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를 열고 12월 말 대표 임기가 끝나는 계열사 10곳 가운데 신한은행, 신한카드, 신한라이프, 신한자산신탁 등 4곳 계열사의 대표 교체를 결정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이영창, 김상태 복수 대표체제에서 김상태 단일 대표체제로 재편하고 신한캐피탈, 신한자산운용, 신한저축은행, 신한AI 등 5곳 계열사 대표는 유임하기로 했다.
신한금융지주 경영진인사도 대부분 그대로 유지된다. 그룹 전략·지속가능경영부문장인 고석헌 상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고 그룹의 고유자산운용을 총괄해온 장동기 부사장(GMS사업그룹장)이 신설되는 ‘그룹 신사업부문장’으로 이동한다.
진옥동 회장 내정자는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회장에 오르게 된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