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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의 극우정당 '영국독립당'의 나이절 패라지 당수(오른쪽)가 28일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의회 특별회의에 참석해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영국의 EU탈퇴 운동을 이끌었던 패라지는 이날 유럽의회 연설에서 조롱에 가깝게 EU를 비난하는 발언을 해 의원들로부터 야유를 받았다. <뉴시스> |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2012년 발간한 ‘불평등의 대가’라는 책에서 세계화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현재와 같은 세계화는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에서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세계화로 이득을 보는 승자는 상위 계층이고 손해를 보는 패자는 대부분 하위 계층이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화를 반대하는 운동이 급격하게 확산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스티글리츠의 이 말은 올해 정확하게 실현됐다. 영국이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고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선택한 것이다.
영국은 ‘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마거릿 대처 전 총리가 1980년대 ‘금융 빅뱅’을 통해 금융시장 개방의 깃발을 높인 치켜 든 이래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선봉 역할을 해왔다.
이번 브렉시트는 영국의 이런 ‘전통’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브렉시트가 “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세계 질서를 뒤흔들었다”며 “신자유주의에 신물을 느낀 영국 민심이 그 밑바탕”이라고 보도했는데 그 중심에는 세계화에 대한 반감이 자리잡고 있다.
일각에서는 브렉시트가 세계 경제질서가 신자유주의에서 신보호주의로 패러다임의 전환을 보여주는 가장 극적인 이벤트라는 말도 나온다.
이 역사적 ‘역류’가 부분적 소용돌이에 그칠지 아니면 전 지구적인 태풍으로 이어질지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이번 브렉시트 결정이 결코 우연히 나온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신자유주의는 오일쇼크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처방으로 영국과 미국에서 도입돼 1980년대 이후 전세계를 풍미했다. 신자유주의는 작은정부와 시장의 역할강화, 관세없는 자유무역을 주축으로 하는데 1980년대 이후 글로벌 경제질서의 주축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신자유주의는 외형성장과 달리 고용없는 성장과 빈부격차 확대라는 '음지' 까지 없애지는 못했다. 부족한 일자리와 갈수록 심화되는 빈부격차는 각국의 국민을 둘로 쪼개놓는 결과로 이어졌다.
영국의 전통적 공업지대에서 브렉시트 찬성표가 많이 나왔다는 것은 신자유주의의 핵심인 자유무역이 노동자들에게 실익을 가져다 주지 못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브렉시트는 양극화의 골이 깊어지면 극단적 선택이 현실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지금은 전 세계인의 눈과 귀가 영국으로 향해 있지만 눈을 돌려 우리나라를 한번 보자.
양극화는 이미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로 등장한 지 오래다.
여야 3당 대표 모두 지난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불평등과 격차해소를 강조하게 나선 게 이를 잘 말해준다. 각론에서 조금씩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현재의 양극화 문제를 그대로 두고서는 추가 성장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공동체를 건강하게 유지할 수 없다는 데 여야 대표는 인식을 함께했다.
현재 한국경제는 조선과 해운업종을 중심으로 심각한 구조조정의 진통을 겪고 있다. 여기에 브렉시트라는 또하나의 변수까지 떠안게 됐다.
어느 때보다 정부와 기업, 가계 등 경제주체들이 힘을 합쳐 지혜롭게 난관을 헤쳐나가야 할 시점이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대기업 위주의 성장전략 추구와 노동시장의 고용유연성 확대 등과 같은 신자유주의적인 해법에만 골몰하고 있다. 이는 바람직한 해법이 될 수 없다.
브렉시트를 선택한 영국인들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불평등을 방치하고선 더이상의 성장도 요원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