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호 기자 uknow@businesspost.co.kr2022-11-24 15: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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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회장과 어피너티컨소시엄(어피너티), 안진회계법인(안진)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법적 다툼과 관련해 풋옵션 가치평가 과정에서 공인회계사법 위반이 있었는지를 두고 진행되는 2심 재판이 팽팽하게 이어지고 있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내년 2월 결판이 날 2심 재판 결과에 따라 신창재 회장의 경영안정이 좌우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회장(사진)이 어피너티컨소시엄과 벌이고 있는 법적 다툼이 내년 2월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의 경영안정이 달려있다.
최근 서울고등법원에서 신 회장과 어피너티, 안진의 풋옵션 행사를 둘러싼 분쟁과 관련해 풋옵션의 가치평가에 공모가 있었는지를 두고 2심 5차 공판이 열렸다.
풋옵션이 높게 평가되면 신 회장이 비싼 값으로 어피너티 보유 교보생명 지분을 사들여야 한다.
앞서 2020년 신 회장은 어피너티와 안진이 공모해 풋옵션 가격을 부풀려 공인회계사법을 위반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올해 2월10일 열린 1심에서 어피너티와 안진은 공모 무혐의를 받았고 2월16일 검찰은 항소했다.
검찰은 2심 5차 공판에서 어피너티와 안진이 교보생명 풋옵션 가치평가 과정에서 공모해 풋옵션 행사가격을 부풀렸다며 관계자들에게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추징금도 1억2670만 원에 달했다.
이에 어피너티 측 변호사는 교보생명이 자사의 1주당 내재가치를 안진의 풋옵션 가치와 비슷하게 평가했던 내부 자료가 있다며 부풀리기라고 주장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맞섰다.
과거 교보생명이 내재가치보고서와 중장기 사업계획을 작성하면서 2018년 10월 기준으로 자사의 1주당 내재가치를 약 43만 원으로 평가한 자료가 있음에도 어피너티 측의 제공 요구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어피너티 측은 교보생명이 스스로 평가한 43만 원은 안진이 2018년 6월을 기준으로 평가한 풋옵션 가치 40만9천 원과 크게 다르지 않아 안진의 평가는 결코 부풀린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교보생명이 자체 보고서에서 평가한 내재가치라는 것과 시장에서 풋옵션 평가에 사용되는 기업가치는 엄연히 다르다”며 “어피너티는 기본적으로 다른 두 값을 마치 같은 기준으로 측정된 값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재가치란 기업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 가치를 말한다. 기업의 미래수익과 특성 등을 모두 고려해 측정된다. 반면 풋옵션 가격 평가에 쓰이는 기업가치는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거래될 수 있는 시장평가 가치를 의미한다.
이 관계자는 어피너티에 내재가치평가보고서 등을 제출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내재가치 책정에는 기업 특유의 영업비밀 등이 들어간다”며 “기업비밀이 들어간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것은 부당한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어피너티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저런 자료를 갖고 있음에도 제출하지 않은 것은 신 회장이 어피너티와 안진의 풋옵션 가치평가가 제대로 나올 수 있는 것을 꺼리며 대응을 잘 안해줬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비상장회사인 교보생명의 가치를 평가할 때 회사 측에서 자료를 성실히 내주지 않으면 평가 자체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어피너티와 2012년 풋옵션 계약을 맺으며 풋옵션을 행사할 때 그 가치평가를 각자 수행해 비교하기로 했었다.
재판부는 여러 번 진행된 공판에서 나온 내용과 주장 등을 참고하고 판단해 2023년 2월1일 최종 선고하기로 했다.
검찰은 이번 2심 재판에서 안진이 공인회계사회 윤리조사심의위가 벌인 조사에서 어피너티와 주고받은 이메일을 숨긴 것을 집중 추궁했다.
안진의 주장대로 공모가 아닌 통상적인 업무 논의라면 당당하게 제출하면 그만인데 왜 윤리조사심의위원에게 그 내용을 제출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공인회계사회 윤리조사심의위원은 공판에서 어피너티와 안진이 풋옵션 가치평가를 두고 서로 주고받은 약 240건의 이메일을 전혀 본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내년 2월로 예정된 2심 재판의 선고에서 신 회장이 승소한다면 어피너티 주장에 맞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게 되고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지킬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
국내 재판과 함께 현재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판정부에서는 올해 2월 어피너티가 신청한 신 회장의 옵션 의무이행을 위한 2차 중재가 진행되고 있다.
2021년 9월에 있었던 1차 중재에서 국제상업회의소는 어피너티가 교보생명에 관한 풋옵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신 회장이 40만9천 원에 이 풋옵션 행사를 받아들일 의무는 없다고 중재하기도 했다.
2심 재판 선고에서 신 회장이 패소하게 된다면 국제상업회의소 2차 중재 결과도 불리하게 나올 수 있어 신 회장은 풋옵션을 높은 가격으로 이행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풋옵션 이행이 이뤄지게 되면 신 회장은 어피너티가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을 모두 개인 자산으로 사들여야만 한다. 어피너티 측의 주장대로라면 어피너티가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은 약 2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된다.
어피너티의 지분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신 회장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교보생명 지분 일부를 매각해야 할 수도 있다.
2022년 11월14일 기준으로 신 회장은 교보생명 지분 33.78%를, 어피너티는 24%를 들고 있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