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3분기에 순이익이 뒷걸음질하는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삼성생명은 그동안 변액보험상품을 많이 판매해 왔는데 주식시장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변액보험준비금 손실이 늘어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 삼성생명이 3분기에 순이익 후퇴를 겪으면서 전영묵 대표이사 사장 연임 가능성이 주목되고 있다. |
삼성생명은 4분기에 리츠사업을 통한 이익으로 실적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는 있으나 전 사장은 당장 연말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를 앞두고 있어 고심이 깊어질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다만 전 사장이 삼성생명을 맡은 지 2년이 채 안 됐고 보험업법 개정 문제로 삼성그룹 지배구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생명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진 상황이기 때문에 전 사장이 연임해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1일 삼성생명은 공시를 통해 3분기 연결기준으로 지배기업 소유주지분 순이익 1082억 원을 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6.2% 감소했다.
3분기 누적 지배기업 소유주지분 순이익은 533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8% 감소했다.
전날 삼성화재가 역대 최대 순이익 달성이 기대되는 3분기 성적표를 내놓은 상황과 비교했을 때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의 맏형인 삼성생명을 맡고 있는 전 사장에게 이번 성적표는 뼈아플 수 있다.
삼성생명이 삼성화재와 달리 3분기에 부진한 실적을 낸 것에는 변액보험이 큰 영향을 줬다.
삼성생명은 그동안 변액보험을 많이 판매해 왔다. 변액보험은 보험계약자가 낸 보험료 가운데 일부를 주식 등에 투자해 운용 실적에 따라 투자 성과를 나눠주는 상품을 말한다.
2001년부터 국내에서 판매되기 시작한 변액보험은 기존 전통적 보험보다 수익성이 높아 계약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갔고 투자운용에 자신있는 삼성생명에게는 실적 향상을 이끄는 효자 노릇을 해왔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금리가 치솟고 주식시장이 침체에 빠지는 등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는 실적 부진에 큰 요인으로 작용하게 됐다.
생명보험회사들은 변액보험 계약자의 보험금을 일정 수준까지 보장해주기 위해 충당금인 변액보증준비금을 쌓아야하는데 운용실적이 좋지 못하면 변액보증준비금을 많이 쌓고 이는 고스란히 손실로 인식된다.
삼성생명은 3분기까지 6500억 원 규모의 변액보증준비금을 쌓았고 바로 3분기 순이익 부진으로 이어졌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다른 회사에 비해 변액보험을 많이 팔기는 했다”며 “그러다보니 변액보증손실도 크게 잡혔다”고 설명했다.
삼성생명과 달리 다른 생명보험사들은 투자운용의 실패를 감당하기 쉽지 않아 상대적으로 변액보험을 많이 팔지 못했고 변액보증손실도 큰 영향으로 나타나지 않았다.
한화생명은 3분기 연결기준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2% 증가한 3889억 원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생명은 3분기 연결기준으로 지배기업 소유주지분 순이익 414억 원을 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61% 증가했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미래에셋생명의 준비금 규모는 대형 생명보험사보다는 적은 수준에서 방어하고 있다”며 “3분기까지 분기별 변액보증준비금 추가 적립 증가폭은 줄어들고 있고 향후 변액보증손익은 크게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3분기에 부진했지만 4분기에는 실적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부동산 보유자산을 기반으로 리츠시장 진출을 준비하며 9월 매각을 추진한 2건의 부동산 매각이익이 4분기에 인식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부동산 매각이익 4500억 원과 주식 매각이익 1500억 원이 4분기에 인식돼 6천억~7천억 원 수준의 이익 개선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4분기에 보험영업 손익도 견조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연간 순익은 2019년과 2020년 수준을 시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진한 3분기 실적은 전 사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할 삼성그룹 사장단 연말 인사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으나 삼성생명이 삼성그룹 안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삼성전자와 관계 및 현재 상황 등을 감안했을 때 전 사장이 연임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삼성생명은 삼성그룹 금융분야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주력회사다.
특히 국회에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보험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는 상황에서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삼성생명의 역할은 중요하다.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험 계약자와 삼성생명 주주의 이익을 위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을 강제적으로 매각할 경우 자산운용에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처럼 보험업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공방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삼성생명을 이끌고 있는 수장을 교체하기는 쉽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또 전 사장은 2020년 삼성생명 사장에 올랐기 때문에 취임한 지 2년이 안됐다는 점도 유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회장에 오른 이후 '새로운 삼성'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그룹에 대대적 인사교체가 있을 수 있다는 시선도 있지만 최근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급격한 사장단 교체보다는 당분간은 안정적 유지를 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게다가 삼성생명의 부진이 기준금리의 급속한 인상과 강달러 현상 등 글로벌 경제환경의 영향이 컸다는 점을 감안하고 전 사장의 2020년과 2021년의 성과 등을 고려하면 연임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전 사장이 취임한 첫 해인 2020년 삼성생명은 전년 대비 30.3% 순이익이 증가했다. 2021년 순이익도 2020년과 비교해 16.6% 늘어났다.
올해 상반기 삼성생명의 순이익이 63.5% 급감하기는 했지만 이는 2021년 1분기 삼성전자의 특별배당 기저효과 때문으로 2분기 순이익만 놓고 보았을 때에는 전년 대비 102.8% 증가했다.
전 사장은 올해부터 자산과 건강을 연계해 고객의 삶 전반에 걸쳐 종합솔루션을 제공하는 새 사업모델인 ‘건강자산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수익 다각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자금시장의 경색으로 회사마다 유동성 수혈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삼성생명은 이러한 문제에서도 빗겨 서 있다.
삼성생명은 37조 원 규모의 대체투자자산 대부분이 선순위대출자산으로 구성돼 있고 4조7천억 원 규모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도 이미 분양이 됐거나 보증부로 이뤄져 있어 큰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2조 원 수준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어 유동성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회사가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현재 수준의 해약이나 유동성 문제는 제어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다”고 말했다.
전영묵 사장은 자산운용 실력이 뛰어나고 경영관리도 능숙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전 사장은 1964년 태어나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삼성생명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자산PF운용팀장, 투자사업부장, 자산운용본부장을 지냈고 삼성자산운용 대표이사 부사장을 거쳐 2020년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