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안철수 의원의 손을 꼭 잡으려고 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연대'는 반드시 필요하다. 김 대표는 "안 의원은 내게 맡겨라"라는 말까지 했다. 김 대표는 무슨 복안이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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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무소속 의원은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단독 회동을 했다. |
김 대표와 안 의원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1시간20분 가량 배석자 없이 둘만의 회동을 했다. 이 자리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특검 도입 등 주요 현안에 대한 공조를 논의했다고 한다.
이날 모임에 대한 관심의 초점은 지방선거를 겨냥한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신당(가칭) 사이의 '연대' 논의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야권연대에 관한 논의를 하지 않았다며 강하게 손사레를 쳤다. 김 대표는 “지금은 야권연대나 단일화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고 말했고, 안 의원은 “연대론은 스스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나 의지가 없는 패배주의적 시각”이라며 야권연대 자체를 부정했다.
강한 부정에도 불구하고 연대는 민주당이나 새정치신당으로서는 '운명'과 같은 것이다. 현실적으로 야권연대가 아니면 선거에서 필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리얼미터의 조사에 따르면, 새정치신당이 창당할 경우 지지율은 새누리당 41.8%, 새정치신당 27.6%, 민주당 15.6%로 여당의 일방적인 승리이다. 그러나 두 당의 지지율을 합하면 새누리당을 오차범위내에서 앞설 수 있다.
선거는 현실이다. 선거에 나서는 이상 승리해야 한다. '아름다운 패배'는 그다지 의미가 없다. 김 대표가 지난 16일 인터뷰에서 “2, 3등 싸움을 하게 되는 경우 양쪽에 심대한 타격을 입히는 결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다”고 말한 것도 이를 충분히 알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이대로는 선거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지지율에서 가장 뒤쳐져 있는 민주당으로서는 연대가 절실한 상황이다. 반면 창당 이전인데도 여론조사에서 30% 안팎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새정치신당은 아직 여유가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시간이 흐를수록 불리하고, 새정치신당은 실력껏 붙어보다가 최후의 방편으로 연대에 나서도 된다. 특히 새정치신당으로서는 성급히 연대 논의에 참여했다가는 '창당'이라는 이슈를 '연대'에 빼앗겨 결과적으로 '창당'의 의미가 희석될 가능성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날 김 대표와 안 의원의 회동을 놓고도 민주당과 새정치신당 사이의 온도차는 분명히 나타났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양측 모두 정권심판에 인식을 같이했다. 이는 뭉쳐 싸워야만 한다는 의미”라며 향후 연대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새정치신당 관계자는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와 특검 도입 문제에 대해 김 대표를 만난 것일 뿐”이라며 확대해석 자체를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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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한길 민주당 대표 |
두 당이 처해있는 입지 차이를 놓고 볼 때 김 대표가 더욱 절박할 수밖에 없다. 이날 두 사람의 회동도 김 대표가 안 의원한테 연락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 여러 채널을 통해 안 의원을 접촉해 '연대' 논의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자, 김 대표는 "안 의원은 내가 맡겨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직접 본인이 나서 안 의원을 만났다. 이날 모임에서 논의되었다는 '정책공조'는 이미 결론이 난 사안이었다. 이를 놓고 두 사람이 80분 동안이나 논의할 이유는 없다.
김 대표가 "안 의원은 내게 맡겨라"며 안 의원을 직접 만나러 나서는 까닭은 여러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은 유력한 대권주자이다. 새정치신당이 창당의 과정에 있지만, 대권주자로서의 무게감은 여전히 크다. 김 대표는 안 의원과의 회동을 통해 그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야권의 대표로서의 존재감을 분명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미 '민주당의 우클릭'을 통해 자기 색깔을 내고 있다. 그 색깔은 김 대표가 야권의 대표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높일 때 의미가 있다. 그런 점에서 안 의원은 훌륭한 파트너이다.
지방선거의 결과는 김 대표의 향후 진로와도 밀접하게 관계가 있다. 지방선거에서 야당 표가 민주당과 안철수의 새정치신당으로 갈라져 선거에서 패배하는 것은 김 대표로서 최악의 선택이다. 그래서 김 대표는 더욱 선거 연대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선거 연대는 어차피 주고받기이다. 지역별로 나눠갖기를 해야 하는데, 이는 실무협의로 풀 수 없는 문제이다. 어차피 김 대표가 나서야 한다. 그 결과에 따라 김 대표가 매도 맞아야 하고 공도 김 대표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은 안 의원과 머리를 맞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산전수전을 다 겪은 김 대표로서는 안 의원을 직접 상대하는 것이 오히려 편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며 "연대가 험난한 길이고 새정치신당에서 현재는 요지부동이지만 어차피 갈 수밖에 없는 길이라면 김 대표가 직접 나서는 것이 여러모로 이롭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