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에는 부동산시장이 기형적 상승세를 멈추고 안정세에 들어설까?

정부가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 추이와 가격 상승 폭 둔화 등을 들어 부동산시장이 하락국면에 들어섰다고 바라보는 가운데 시장의 분위기도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서울 집값 상승세 '일단 멈춤', 2022년 서울 부동산시장 안정될까

▲ 서울 강남구와 송파구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6일 부동산시장 관련 전문연구기관과 리서치센터 등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매수심리가 위축되면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당분간 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서울 아파트시장의 거래절벽 현상도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바라본다.

윤지해 부동산R114 러서치센터 연구원은 “새해 총액 2억 원 이상 대출자에 관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가 시행돼 아파트 수요층은 운신의 폭이 더 좁아질 전망”이라며 “게다가 대통령 선거를 3개월여 앞두고 후보들이 세금과 대출 관련 규제완화 공약을 쏟아내는 등 미래 불확실성이 높아 부동산시장은 사지도 팔지도 못하는 현상이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1년 10월과 11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각각 2839건, 2305건으로 집계됐다. 2019년 4월 뒤 2년 6개월 만에 거래량이 2천 건 대로 떨어졌다. 

2021년 1월부터 8월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한 달 4천~5천 건 수준을 유지한 점을 고려하면 절반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다만 서울 강남권에서는 매매가 드물다 보니 오히려 거래가 성사됐다 하면 신고가를 찍는 사례가 여전하다.

하지만 서울에서도 아파트가격이 상승세를 멈추는 지역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서울 은평구는 2021년 12월 셋째 주 아파트 매매가격이 0.03% 내린 데 이어 넷째 주에도 0.02% 떨어졌다. 최근 2년 사이 아파트값이 급등했던 노원구도 12월 마지막 주 아파트 시세가 0.01% 내려 123주 만에 상승세를 멈췄다.

최근 5년 부동산시장 ‘불장’의 진앙지인 서울에서 작게나마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셈이다. 상승세를 뜻하는 불장은 상승 그래프가 마치 황소의 뿔과 비슷하다고 해서 나온 이름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부동산시장을 두고 대부분 여전히 상승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상승 폭은 눈에 띄게 둔화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022년 주택·부동산 경기전망 세미나 자료를 통해 올해 서울 등 수도권 주택가격은 3%, 전국 주택가격은 2% 오를 것으로 바라봤다.

이는 경제성장률 예상치인 2.8~3.3%와 비슷한 수준으로 2021년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값이 20~30% 폭등한 지역이 여럿 되는 점을 고려하면 안정국면이라 평가할 수도 있다. 집값이 물가상승률 수준에서 멈추는 셈이다. 

주택산업연구원도 2022년 주택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금리인상 등이 가격 상승을 억제하면서 올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2.5%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산하 주택금융연구원은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보합세를 보이고 하반기부터는 전반적 하락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유동성과 전세수요, 가격상승 기대심리나 경계심리, 금리인상 등 요인을 종합해 분석한다. 그런데 일반 국민 사이에서도 '지금 집값은 고점'이라는 시각이 서서히 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한마디로 집값이 너무 비싸졌기 때문에 올해는 조금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예상이 나오는 것이다.

부동산 플랫폼기업 직방이 2021년 12월6일부터 20일까지 직방 애플리케이션(앱) 접속자 1236명을 대상으로 2022년 각 거주지역 집값에 관해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3.4%가 집값이 내려갈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이 가운데 32.6%가 현재 가격 수준이 높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상승할 것이라고 답변한 응답자는 38.8%였다.

다만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 움직임이 주춤하는 것을 하락추세로 전환했다는 신호로 보기 어렵다는 시선도 많다.

최근 서울 아파트 거래절벽이나 일부 지역에서 하락거래 사례가 나오는 것은 정부의 인위적 대출 규제와 이자 부담, 그리고 이미 오를 대로 오른 가격에 진입장벽이 높아진 데 따른 현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서울 강남권에서는 신고가가 이어지고 서울과 여타 지역의 아파트가격 격차도 심화되고 있는 점을 볼 때 대출규제 등으로 자금 여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집을 사고 싶어도 사지 못하고 갈아타고 싶어도 갈아탈 수 없어 일반적 거래가 줄고 급한 매물 거래만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2017년 6억708만 원에서 2021년 12억4978만 원으로 105.9% 올랐다. 2021년 12월 수요가 가장 많은 서울 중형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5억2969억 원으로 11월과 비교해서도 2.06% 상승했다.

무엇보다 서울은 택지가 부족해 아파트 공급물량 확대가 쉽지 않다.

당장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도 2만436가구로 2021년(3만1211가구)보다 34.4% 줄어든다. 여기에 전세가격 불안정성, 대선과 지방선거 등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도 많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정부의 강력한 대출규제에 3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 등으로 매수자, 매도자 모두 좀 기다려보자는 분위기로 하락, 상승 국면을 쉽게 전망할 수 있는 시장은 아니다”며 “차기 정부의 정책 방향 등에 따라 시장의 방향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