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외치는 4대 금융지주, 이익 왕창 늘어도 기부금은 찔끔 늘려

▲ 12월9일 신한금융그룹이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이웃사랑 성금을 기부하고 있다.

‘세상을 바꾸는 금융’(KB), ‘더 멋진 세상을 향한 올바른 실천’(신한), ‘내일을 향한 큰 걸음’(하나), ‘금융을 통해 만드는 더 나은 세상’(우리) 

최근 금융권의 가장 큰 관심사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이다. 이를 위한 구호들 역시 화려하다.

하지만 국제적 기준과 인증 체계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탈석탄 선언 등 비가역적 변화에 나서고 있는 환경(E) 분야와 비교하면 사회(S) 분야나 지배구조(G) 분야는 이전과 비교해 획기적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 사례가 수치로 곧바로 확인이 가능한 기부금이다. 이달 들어 금융지주들은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이웃사랑 성금을 잇따라 기탁하고 있다.

연말연시 나눔캠페인 첫날인 1일 우리금융이 70억 원을 기부한 것을 시작으로 7일 하나금융이 120억 원, 9일 신한금융이 130억 원을 쾌척했다. KB금융은 예년처럼 1월에 기부금 전달식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지주의 기부 규모는 재계 1~2위 기업인 삼성그룹(500억 원)과 현대차그룹(250억 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대체로 SK그룹·LG그룹(120억 원)과 엇비슷하고 포스코그룹(100억 원)을 상회한다.

재계 3위권 수준의 막대한 기부금이지만 아쉬움이 없지 않다. 올해 금융지주들은 사상 최대 실적이 확실시되며 배당 잔치를 벌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기 때문이다. 

3분기까지 4대 금융지주는 나란히 역대 최대 순이익을 거두며 이미 작년 연간 순이익을 초과했다. KB금융이 3조8천억 원, 신한금융이 3조6천억 원을 냈고 하나금융은 2조7천억 원, 우리금융도 2조2천억 원을 냈다. 

이대로면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사상 첫 순이익 4조 원, 하나금융은 3조 원 달성이 확실시되고 우리금융도 순이익 3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자이익만 보면 더욱 엄청나다. KB금융 8조3천억 원, 신한금융 6조7천억 원, 하나금융 5조 원, 우리금융 5조1천억 원 등이다. 그러나 기부 규모는 많이 늘지 않았다.

신한금융이 올해 나눔캠페인 기부금 액수는 전년과 동일하다. 우리금융 기부금은 40억 원에서 70억 원으로 증가하긴 했으나 여전히 절대액수가 다른 금융지주의 절반 남짓이다.

하나금융 기부금은 100억 원에서 120억 원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3분기까지 하나금융 누적 기부금 규모가 지난해 703억 원에서 올해 474억 원으로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연말 기부금 증가만으로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비단 올해만이 아니다. 4대 금융지주는 올해뿐 아니라 2019년과 2020년에도 잇따라 역대급 실적을 내며 이익 체력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기부금 규모는 예전과 비교해 후하다고 하기 어렵다.

KB금융은 2020년 1131억 원을 기부해 2018년(1302억 원)보다 오히려 감소했다. 신한금융 역시 887억 원에서 866억 원으로 줄었고 우리금융은 520억 원에서 445억 원으로 감소했다. 4대 지주 중 하나금융만 673억 원에서 872억 원으로 늘었다.

2018년에서 2020년 사이 4대 지주 기부금 총액은 2%가량 뒷걸음질했다. 같은 기간 4대 지주 순이익 총합이 4%가량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금융권의 공고한 의지를 볼 때 ESG경영을 향한 관심은 하루 이틀 사이에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환경 분야 만큼이나 금융기관의 사회적 책임을 향한 요구 역시 갈수록 비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금융정의연대는 11년 만에 최대폭으로 벌어진 예대마진을 통해 은행이 배를 불리고 있다는 비판을 내놓았다. 가계대출 예대금리 차이는 2010년 12월 2%포인트 아래로 떨어졌는데 2021년 10월 2.17%포인트로 급등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위기에 따른 금리환경 속에서 금융권이 이전에 누리지 못한 이익을 누린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아직도 끝나지 않는 코로나19로 시름짓는 지역사회를 위한 기부활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 않을까.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