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가 산업현장에서 죽거나 다쳤다면 누구의 책임이 더 클까, 노동자 본인일까 아니면 사업주일까?

내년 1월 시행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사업주의 책임을 무겁게 본다. 사업주나 경영자의 산업안전 책임이 드러나면 징역이나 벌금으로 처벌하는 조항을 담았다.
 
노동자 산재는 누구 책임이 더 클까, 포스코 잣대는 이해 어려워

최정우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


하지만 포스코는 다르다.

15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포스코지회(포스코 노조)의 말을 들어보면 올해 5월부터 7월 사이에 포항제철소 등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사고 4건과 관련해 포스코가 피해당사자 등에게 감봉 등 징계처분을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포스코는 안전수칙 위반을 징계 명분으로 삼았다.

이를 놓고 포스코 노조는 노동자가 다치면 그 책임이 당사자에게 먼저 있다는 태도를 보인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최정우 대표이사 회장은 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청문회에서 산업재해 사망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포스코의 노후설비가 지목되자 "노후화된 설비를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그 뒤 포스코는 시설 정비를 포함해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여러 조치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현장에서는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불멘소리가 나온다.

최 회장은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포스코 양대제철소에서 산업재해가 연이어 발생하자 노동자들에게 작업중지권을 보장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작업중지권은 설비가동 중에 현장 노동자가 위험하다고 판단하면 작업을 중단하는 권한을 말한다. 

하지만 포스코 노조는 현장에서 이런 작업중지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작업중지권을 행사하기 위한 절차가 복잡하며 작업중지에 따른 생산차질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묻는다는 것이다.

포스코 노조 관계자는 “작업을 하다가 다치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느냐”며 “작업중지권을 사용하고 싶지만 작업중지권 행사로 생산이 중단되면 노동자가 별도로 시말서 등을 써야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노동자에게 책임을 묻기 이전에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회사가 해야 할 일부터 먼저 철저히 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도 포스코의 노동자 징계를 놓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무시하는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전화통화에서 “기업이 산업재해 당사자를 징계하는데 어떤 노동자가 사고가 나면 제대로 신고를 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또 기업들이 포스코처럼 대처하는 이상 산재는 은폐될 것이고 산재사고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세계적 철강기업이다. 산업재해 예방에서도 기업의 위상에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훌륭한 리더는 부하 잘못도 자기 책임으로 여기고 어리석은 리더는 자기 잘못도 부하의 책임으로 돌린다." 이탈리아 통일공화국의 토대를 닦은 정치가 주세페 마치니가 남긴 말이다. 

포스코가 진정성 있게 노동자 안전을 위해 먼저 나서면 징계하지 않더라도 노동자 스스로 안전수칙을 엄격하게 지킬 수밖에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