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국 출장길에 올라 현지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공장 투자계획을 확정하고 주요 고객사 경영진과 만나 사업 협력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은 시스템반도체 대규모 투자를 가능한 이른 시일에 실질적 성과로 이어내야 하는 부담을 안은 만큼 적극적으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고객사 유치 확대를 주도할 공산이 크다.
 
[오늘Who] 미국 간 이재용, 삼성전자 파운드리 대형고객사 묶어낼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15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미국 출장과 관련해 구체적 일정은 공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14일 김포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러 미국 파트너사와 만나겠다”고 말했다.

다만 전자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파운드리 고객사의 CEO 등 경영진을 만나더라도 고객사와 관련한 문제는 민감하기 때문에 상대방을 고려해 이런 내용은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2016년 이후 5년 만에 미국 출장을 떠난 만큼 일정을 마친 뒤 실질적 성과를 내놓을 수 있도록 대부분의 주요 현안을 두고 사전에 대부분의 논의를 마쳤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이번 출장의 가장 큰 목적은 삼성전자의 미국 파운드리공장 투자계획을 확정하는 것으로 꼽히기 때문에 이번 투자와 관련한 협력사를 확보하는 일도 이 부회장에게는 시급한 과제로 꼽히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에 20조 원 규모 투자를 벌여 새 반도체 위탁생산공장을 짓는다고 5월에 발표했다. 하지만 약 반년이 지난 현재까지 공장 부지나 생산라인 구성 계획이 확정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가 새 파운드리공장에서 반도체 생산을 담당할 고객사 물량을 충분히 확보한 뒤 투자계획을 최종적으로 조율하기 위해 그동안 다방면으로 논의를 진행해 왔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따라서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을 통해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의 주요 고객으로 확보한 대형고객사 경영진과 만나 협력관계를 확인하고 정식으로 계약을 체결하게 될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사업이 이재용시대 삼성전자에서 가장 많은 투자를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유망 성장사업이기 때문에 이를 이 부회장의 성과로 앞세우는 일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이번에 퀄컴이나 구글, AMD 등 IT기업 CEO를 만나 협력을 약속하거나 테슬라 등 자동차기업 경영진과 자동차용 반도체 생산과 공급계획을 논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퀄컴과 구글, AMD는 이미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활용했던 고객사인데 앞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함에 따라 반도체 위탁생산 물량도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만큼 삼성전자에게는 대형고객사로 중요성이 크다.

테슬라는 최근 자율주행 반도체 위탁생산을 삼성전자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했던 만큼 삼성전자의 자동차용 반도체시장 진출 확대에 기여할 수 있는 잠재적 협력사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출장일정이 끝난 뒤 미국 파운드리공장에서 생산할 반도체 물량을 충분히 확보했다는 점을 알리며 공장 부지와 투자 로드맵 등을 확정해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이 미국 정부 관계자들과 만나 삼성전자 반도체 투자계획을 두고 논의할 공산도 크다.

삼성전자는 미국 반도체공장 설립에 정부 지원을 기대하고 있는데 미국 정부도 삼성전자의 현지 반도체 생산 확대를 통한 제조업 활성화와 안정적 반도체 수급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 바이든정부는 세계적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에 대응해 현지에 반도체공장을 건설하는 기업들에 설비투자 지원금과 세제혜택 등 대규모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법안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기술력과 투자규모 등 측면에서 미국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기업으로 평가받는 만큼 미국 정부도 안정적 공장 운영과 투자를 돕기 위한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에게 이번 출장은 삼성 총수로서 경영능력과 존재감을 대외에 드러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한국경제 성장에 기여해야 한다는 이유로 가석방이 결정된 뒤 사실상 처음으로 경영전면에 나서 의사결정과 외부 협력사 소통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게 됐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이전부터 세계의 다양한 인맥을 활용해 삼성전자 등 계열사의 해외진출과 사업협력 등을 이끌어내는 ‘삼성의 외교관’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동안 재판 등 여러 일정으로 해외출장이 어려웠던 상황을 벗어나 미국 출장길에 오른 만큼 가능한 많은 관계자들과 만나며 삼성의 미래를 구상하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삼성전자가 퀄컴과 같은 대형고객사에서 반도체 위탁생산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성과를 낸다면 이 부회장이 중장기 목표로 내세운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달성에도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파운드리사업에서 대형고객사와 장기적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한다면 시장 점유율을 크게 늘리며 의미 있는 수준의 성장을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