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손해보험사를 인수하며 종합금융그룹으로서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조 회장은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을 디지털보험사로 키워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을 접목한 초개인화 금융서비스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 디지털손해보험 발판 마련, 조용병 종합금융 포트폴리오 완성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1일 신한금융지주가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 지분 94.54%를 약 400억 원에 인수한 것을 두고 디지털손해보험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합리적 결정을 내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조 회장은 그동안 손해보험사를 인수하거나 설립해 신한금융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려는 의지를 지속해서 보여줬다.

하지만 보험업황의 악화로 대형 손해보험사 인수를 추진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신한금융지주가 2020년 악사손해보험 인수도 검토했지만 결국 인수전에 불참한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은 올해 상반기 순손실 54억 원을 내는 등 실적이 좋지 못하고 자산규모도 1084억 원 정도로 크지 않다. 그러나 규모가 작은 보험사를 인수하는 것이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오히려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BNP파리바는 신한금융그룹 이사회에 참여하는 등 깊은 협력관계를 맺고 있었고 신한라이프가 이미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 지분 약 9%를 보유하고 있어 이미 몇 차례 인수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조 회장은 디지털스타트업 등 외부기업과 협업을 통해 카디프손해보험을 디지털손해보험사로 키운다는 방침을 세웠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디지털손해보험사를 직접 세우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손해보험 라이선스를 갖춘 카디프손해보험을 인수해 이를 디지털손해보험사로 전환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며 “카디프손해보험의 직원은 60여 명, 판매사 직원까지 합치면 200여 명밖에 안 돼 판매채널을 디지털중심으로 구축하기에 오히려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보험사를 규정하는 명확한 기준은 없다. 하지만 온라인 판매채널을 갖추고 있고 상품 설계 과정에서 IT기술이 접목됐으며 모바일환경을 통해 보험을 경험할 수 있으면 디지털보험사로 본다.

디지털보험사는 보험설계사 고용 등에 따른 인건비나 영업지점 운영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보험료 등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나 웹사이트에서 보험 가입이 가능해 소비자 접근성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이 때문에 2020년 한화손해보험, SK텔레콤, 현대자동차, 알토스벤처스가 합작해 디지털보험사 캐롯손해보험을 출범하고 카카오페이는 올해 6월 디지털보험사 예비허가를 받는 등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삼성화재 등 기존 손해보험사들도 디지털플랫폼을 강화하고 있다.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은 자동차보험과 휴대폰 보상보험, 여행자보험 등 일상생활과 관련된 ‘미니보험’ 영역을 적극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니보험이란 보장내용을 단순화하고 기간을 줄이는 대신 보험료를 1만 원대 이하로 낮춰 실용성을 높인 상품으로, 소액단기보험으로도 불린다. 설계사 인건비와 대리점 운영비를 줄이기 위해 대부분 온라인에서 판매되는데 기존 보험사는 수익성 등의 문제로 상품을 내놓는 데 제한이 있었다.

미니보험은 생활밀착형 상품이어서 고객들의 데이터 확보가 중요한데 신한금융그룹은 은행, 카드 등의 계열사를 통해 확보한 막대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 또 신한금융그룹은 계열사 모바일 플랫폼을 연동해 고객에게 다양한 금융상품을 제공하는 디지털 영업채널을 강점으로 삼고 있는 만큼 카디프손해보험의 디지털 영업채널과 연계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은행은 12월 배달 애플리케이션 ‘땡겨요’ 출시를 예고하는 등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손해보험연구실장은 “미니보험 열풍이 글로벌 추세인 데다 그동안 없던 틈새시장을 공략한다는 점에서 성장잠재력이 크고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장기적으로는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을 접목한 초개인화 금융서비스도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 디지털손해보험 발판 마련, 조용병 종합금융 포트폴리오 완성

▲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 로고.


예를 들어 1년 단위로 보험료를 내는 방식에서 벗어나 1km 단위로 자동차를 탄만큼 보험료를 내는 보험상품을 내놓을 수 있다.

또 운전을 자주 안하면 다른 혜택이 제공되는 운전자보험이나 인공지능기술을 활용해 원하는 보험료에 맞춘 최적의 보험상품을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다.

신한금융그룹의 카디프손해보험 인수는 ‘리딩금융’ 경쟁에서도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용병 회장은 리딩금융 탈환을 위해 비은행사업 확대에 역점을 두고 있는데 그동안 신한금융그룹은 보험사업에서 약점을 안고 있었다.

조 회장을 이를 보완하기 위해 오렌지생명을 인수해 신한생명과 합쳐 올해 7월 신한라이프라는 이름의 생명보험사를 출범했고 손해보험사까지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KB금융그룹은 이미 업계 4위인 손해보험사인 KB손해보험을 보유하고 있으며 2020년 푸르덴셜생명보험을 인수해 생명보험사업도 강화했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기존 그룹의 네트워크를 비롯해 자회사, 디지털스타트업 등 내·외부와 다양한 협업을 통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보험상품을 출시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며 “그동안 마땅한 손해보험사 매물이 없었는데 카디프손해보험을 인수함으로써 종합금융사로서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