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올해 하반기 시중은행들의 가계대출 중단조치가 확산된 데 따른 반사이익을 볼 수도 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리딩뱅크 탈환을 벼르고 있는데 상반기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한 효과와 더불어 하반기 시장금리 인상까지 더해지며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6일 신한은행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로 NH농협은행을 비롯한 시중은행들이 대출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 달리 신한은행은 아직 가계대출 총량한도에 여유가 있는 편이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의 9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702조8878억 원으로 2020년 말(670조1539억 원)보다 4.88% 증가했다.
개별 은행의 증가율을 보면 NH농협은행이 7.29%로 가장 높다. 하나은행(5.19%), KB국민은행(4.90%), 우리은행(4.05%), 신한은행(3.02%)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6%대로 관리한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이 목표치에 근접해 있는 것이다. 반면 신한은행은 올해 상반기 엄격하게 대출총량을 관리해 아직 2조5천억 원가량의 가계대출 여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NH농협은행의 신규 담보대출 중단 뒤 다른 은행으로 대출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신한은행도 가계대출 수요가 과도하게 넘어오는 것을 대비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은 일반적으로 기업대출보다 가계대출을 선호한다. 가계대출의 위험조정수익률이 기업대출보다 높기 때문이다.
위험조정수익률이란 이자 이외에 대출 부실까지 반영한 수익률을 말한다.
신한은행은 올해 하반기 수익성이 높은 가계대출 영업을 경쟁은행보다 더 공격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 조건을 기존보다 높여 신용도나 수입이 높은 고객을 위주로 가계대출을 진행함으로써 더 안정적으로 수익을 거둘 수도 있다.
신한은행은 이미 우대금리 축소를 통해 가계부채 총량을 관리하면서도 수익성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살펴보면 8월 전체 가계대출 가운데 5% 이상의 고금리대출 비중은 5.3%였다. 이는 7월보다 0.7%포인트 오른 것으로 2년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게다가 8월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가 오르고 있어 신한은행의 하반기 가계대출 수익성은 상반기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한 달 동안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0.4%포인트 상승했다.
한국은행은 연말 추가적 기준금리 인상도 검토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신한은행이 상반기 가계대출 총량관리를 엄격하게 했던 효과가 하반기에 나타날 것 같다”며 “
진옥동 행장이 2020년 10월 대출총량 예측 정확도를 높일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진옥동 행장은 하반기 신한은행에 우호적 영업환경을 바탕으로 리딩뱅크 탈환 기대를 품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은 2021년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순이익 1조3710억 원을 냈다. 이는 경쟁사인 KB국민은행의 순이익 1조4281억 원보다 571억 원 적었다.
2020년 상반기 때의 실적 차이보다는 줄어든 것으로 라임펀드 보상 관련 충당금 531억 원과 희망퇴직 등 일회성비용을 제외하면 사실상 차이가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진 행장은 2019년 신한은행 사령탑을 맡은 뒤 2년 동안 KB국민은행에 선두자리를 계속 내줬다.
진 행장이 올해와 2022년 남은 임기에 실적으로 성과를 보여준다면 입지를 더욱 다질 수 있다.
김현기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신한은행의 3분기 순이자마진(NIM)은 2분기보다 0.01%포인트 상승했을 것으로 추산된다”며 “충당금전입액이 지속적으로 하향안정화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올해 실적에 긍정적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