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가 가계대출을 죄고 있다.

문제는 그 틈새로 외국인 자본이 몰려들 때 막을 방도가 없다.
 
집값 잡기 위해 가계대출 죄기 바쁘다, 그러나 외국인 투기는 구멍 뚫려

▲ 서울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1일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국적의 A씨는 3월13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타워팰리스를 89억 원에 사들였다.

중국인 A씨가 서울 강남구청에 제출한 자금조달계획서를 보면 매수자금 89억 원 전부를 대출로 조달했다고 명시돼 있다.

내국인은 이런 방법을 사용할 수 없다. 

내국인은 규제지역에서 6억 원 이상의 주택을 매입할 때 주택담보대출 40%를 적용받는다.

2019년부터 서울은 모든 지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다. 

신용대출도 되지 않는다. 2020년 11월부터 1억 원이 넘는 신용대출로 1년 이내 규제지역의 주택을 사들이면 대출이 회수되기 때문이다.

이런 규제는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도 똑같이 적용되지만 해외거주자는 다르다.

중국인 A씨는 외국은행에서 89억 원을 모두 조달한다. 현지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는 현지법에 따른다. 

외국인은 일부 허가대상 토지를 제외하고는 신고만으로 부동산 취득이 가능해 이처럼 외국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우리나라의 주택을 사들이는 행위는 막을 방법이 없다.

대출규제 말고도 세무조사나 다주택자 규제와 같은 정부정책은 중국인 A씨를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이처럼 규제를 받지 않는 외국자본이 몰려오고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현상은 쉽게 예상되는 일이다.

그렇다면 막을 방법은 없을까?

캐나다에서는 이미 이러한 현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캐나다 벤쿠버 부동산위원회에 따르면 벤쿠버 단독주택의 평균가격은 2000년 말 36만5000 캐나다달러에서 2016년에 180만 캐나다달러를 넘어섰다. 16년 사이 5배 가량 폭등했다.

이런 현상을 놓고 캐나다 국립은행인 몬트리올은행(BOM)은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에 외국인의 주택구매가 있다고 봤다.

몬트리올은행의 자료에 의하면 중국인 주택 구매자가 밴쿠버 부동산시장 전체 주택 물량의 33%, 토론토에서는 14%를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주정부는 외국인 취득세를 올리고 투기용 부동산으로 의심되는 것으로 6개월 이상 임대하지 않고 비워두는 비거주자 주택에 2% 과세를 물리는 등 방안을 내놓으며 효과를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밴쿠버가 속한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BC) 주정부는 2017년 15%의 외국인 부동산 취득세를 도입했다. 수도인 오타와가 있는 온타리오주도 15%의 비거주자 투기세를 신설했다.

취득세는 보통 가격에 따라 1~3% 이며, 부동산 취득세, 비거주 투기세는 별도로 납부해야 한다.

이런 정책에 따라 2019년 벤쿠버의 평균 주택가격은 2016년보다 16.7% 하락했으며 2538가구이던 빈집도 1893가구까지 감소했다.  

2017년부터 올해 5월까지 우리나라에서 외국인이 사들인 아파트 거래규모는 약 5조 원에 이른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 국감자료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외국인이 보유한 총토지면적은 253.3㎢으로 집계됐다. 2016년 233.6㎢보다 19.8㎢(약 600만 평)가 증가한 것으로 여의도 면적의 7배에 이른다.

외국인 투기자본에 의해 집값 상승이 이어질 가능성이 예상되는데도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내국인의 대출규제 등으로만 시장을 옥죈다면 정부의 대출규제 정책은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아직까지는 전체 부동산시장에서 외국인 주택구입의 비중이 크지 않다며 대책 마련을 게을리 한다면 나중에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칠 수도 있다. 가늘게 내리는 가랑비가 어느 순간 옷 전체를 적실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 [비즈니스포스트 김다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