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3사의 자회사를 통한 알뜰폰사업 확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주요 안건으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MZ세대(20~30대) 고객 유입, 5G품질 불만에 따른 반사이익 등으로 올해 알뜰폰시장이 호황을 보이고 있는데 이런 시장 성장의 열매도 이동통신3사의 자회사가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알뜰폰도 이통3사가 자회사로 점령, 국감 도마에 올라 제동걸릴지 주목

▲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로고.


16일 국회 안팎에 따르면 10월1일 시작되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감을 앞두고 증인 명단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 최고경영자(CEO)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동통신3사 자회사로 알뜰폰 고객들이 쏠리는 현상부터 5G 28기가헤르츠 주파수 대역 기지국 구축 투자 이행률 문제, 인터넷서비스 속도 저하 논란 등 단골 안건들이 여전히 산재해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이동통신3사 자회사의 알뜰폰시장 점유율 확대 문제를 놓고 제도와 정책적 부분에서 구체적 논의와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알뜰폰은 애초 이동통신3사의 과점체제가 굳어진 통신시장에 경쟁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로 도입한 정책사업이었는데 이 역시 이동통신3사의 새로운 먹거리시장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알뜰폰은 자체 통신망 없이 기존 이통사의 망을 빌려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중소 사업자들도 통신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고안됐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보면 이동통신3사의 자회사가 시장을 주도하면서 정책 의도와 거리가 멀어진 지 오래다.

알뜰폰시장이 성장하면서 이동통신3사 자회사가 사업 확장에 더욱 공격적으로 나서며 오히려 중소사업자들은 출혈경쟁으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국회에는 이동통신3사의 알뜰폰사업 계열사 수 제한, 알뜰폰 계열사 가입자 비중 규제 등을 뼈대로 하는 법안들이 발의돼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2021년 국정감사 주요 이슈 분석 보고서에서 “이동통신3사 자회사가 알뜰폰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어 애초 알뜰폰사업 취지에서 벗어나는 측면이 있다”며 “이동통신3사의 알뜰폰 자회사 점유율 확대 방지를 위한 정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이동통신3사 알뜰폰 자회사의 점유율 확대에 따른 공정경쟁 저해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방지할 필요가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동통신3사의 알뜰폰 자회사를 통한 사업 확대에 관한 문제 제기는 이전부터 지속돼 왔다.

앞서 2020년 국감에서는 이동통신3사 자회사도 알뜰폰시장 활성화를 위한 전파사용료 감면 등 정부 지원과 혜택을 중소 알뜰폰업체와 똑같이 받고 있는 점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현재 SK텔레콤은 자회사 SK텔링크, KT는 KT엠모바일과 KT스카이라이프, LG유플러스는 LG헬로비전과 미디어로그가 알뜰폰사업을 하고 있다.

LG유플러스가 2019년 12월 당시 알뜰폰 1위 사업자 CJ헬로(LG헬로비전)을 인수하고 KT스카이라이프는 올해 알뜰폰사업에 새롭게 진입하면서 이통3사의 알뜰폰시장 점령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이동통신 3사 자회사의 알뜰폰시장 가입자 점유율은 37% 수준이었는데 올해 3월 기준으로는 약 46%에 이르렀다. 

1년 조금 넘는 기간에 점유율을 10%포인트가량 확대한 셈이다.

매출을 기준으로 보면 이동통신 3사 자회사의 시장 장악력은 더욱 눈에 띈다.

이동통신3사 알뜰폰 자회사들의 매출은 알뜰폰 전체시장의 65%를 넘어섰고 최근 유통망 확대, 공격적 마케팅을 통한 활발한 사업 행보로 이 비중은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이동통신사들이 알뜰폰시장으로 ‘전장’을 옮겼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알뜰폰은 가입자 수 1천만 명 시대를 눈앞에 두는 등 시장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는 데다 소비의 주축이고 트렌드에 민감한 20~30대 젊은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잠재력이 높게 평가받고 있다.

20~30대 고객들은 변화에 민감하고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그런 점에서 약정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고 통신비 부담도 줄일 수 있는 알뜰폰이 떠오르고 있다. 

일부 이동통신사들이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는 구독서비스를 내놓으면서 멤버십 혜택이 없다는 알뜰폰의 아쉬움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올해 8월 한 달 동안 알뜰폰으로 번호이동건수는 19만2966건으로 SK텔레콤(11만4226건), KT(7만9696건), LG유플러스(8만8506건) 등 이동통신3사 번호이동 실적을 훌쩍 넘어섰다.

번호이동시장에서 이미 알뜰폰이 이동통신3사 실적을 앞지른 지 오래다. 알뜰폰은 번호이동시장에서 2020년 12월부터 9개월 연속 우위를 보이고 있다.

이것만 보더라도 이동통신3사가 알뜰폰사업을 통신서비스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시장으로 바라보고 힘을 싣는 이유가 나온다.

최근 출시돼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새 스마트폰 갤럭시Z폴드와 Z플립 소비방식에서도 자급제폰을 구매한 뒤 알뜰폰 요금제에 가입하는 이용자들이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8월17일부터 일주일 동안 진행한 갤럭시Z폴드와 Z플립 사전예약 전체 물량의 19%가 자급제였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