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수소사업을 30조 규모로, SK리츠 자금 발판으로 SK 투자 확대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8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21수소모빌리티+쇼’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SK그룹이 수소 생태계 활성화에 중추적 역할을 하겠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8일 경기도 고양시 킨덱스에서 열린 ‘코리아 H2비즈니스서밋’ 창립총회에서 한 말이다. 코리아 H2비즈니스서밋은 국내 수소기업 CEO 협의체다.   

최 회장은 이날 창립총회에서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수소에너지 인프라시장을 선점해 2025년에는 수소사업을 30조 원 규모 가치를 지닌 핵심 먹거리로 만들겠다는 구체적 청사진을 내놓았다.

그룹 수소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지주회사 SK의 투자행보가 더욱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수소산업을 기후변화 대응한 미래 사업모델을 넘어 글로벌시장에서도 돈을 벌 수 있는 새로운 시장으로 바라보고 있다.

최 회장은 “수소산업은 한국의 새로운 유망산업으로 미래 일자리 창출 등 사회기여는 물론 나아가 글로벌시장 진출을 통한 경제기여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SK그룹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시장은 수소 생산과 유통, 공급에 이르는 인프라분야다. 이는 수소모빌리티, 수소연료전지발전 등 분야가 발전하기 위한 토대가 된다. 

수소에너지 인프라분야는 한국 수소산업 가운데 현재 가장 미흡한 부분으로 평가된다. 

국내에서도 수소차 보급 등은 점차 확대되는 추세이고 수소연료전지발전 등 사업을 추진하는 기관과 기업들도 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수소에너지 생산과 유통 관련 인프라는 크게 부족하다. 

수소에너지 인프라분야는 시장을 선점해 사업을 키울 여지가 큰 반면 초기 생태계 구축을 위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셈이다.

최 회장은 아직 주도적 사업자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수소에너지 인프라시장에서 생산부터 공급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통합적으로 아우르는 국내 유일한 사업자로 자리잡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내걸었다.

그리고 지주사 SK를 중심으로 그룹의 사업, 기술인프라와 자금력을 총동원해 수소 대량생산을 위한 설비와 체제 구축부터 수소 관련 분야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지분투자 등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SK는 계열사 SKE&S와 함께 액화수소와 블루수소(생산 과정에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탄소배출을 줄인 수소)공장 건설, 수소충전소와 이산화탄소 처리를 위한 친환경설비 구축, 연료전지발전소 건설계획을 세우고 수소사업에 모두 18조5천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SK는 당장 올해 액화수소 생산공장 건설에 5천억 원을 투입한다. 최 회장은 앞서 3월 수소경제위원회에 참석해 공장을 지을 부지도 공개했다.

최 회장이 수소사업을 두고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시장 선점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SK그룹은 앞으로 수소사업부문 기술 확보 등을 위한 투자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은 코리아 H2비즈니스서밋 행사에서도 수소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코리아 H2비즈니스서밋 공식 출범을 시작으로 현대차부터 포스코, 롯데, 한화, GS, 두산, 효성 등 국내 굵직한 대기업의 수소사업 행보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수소 생태계 활성화 측면에서 수소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있는 SK에도 긍정적 상황이지만 한편으로는 핵심기술 선점 부분에서 본격적 경쟁이 시작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SK그룹은 특히 수소에너지 시장에서 전반적 인프라사업자를 노리고 있는 만큼 생산과 유통, 공급 각 분야에 필요한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SKE&S, SK이노베이션 등 에너지부문 계열사를 통해 부생수소(석유화학 공정에서 만드는 수소) 등 수소 유통과 공급사업을 위한 원재료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다른 국내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수소를 기체상태에서 액화하는 기술을 비롯해 관련 원천기술력은 아직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게다가 SK그룹은 현대차, 한화, 두산그룹 등과 비교해 수소사업 공식 출발이 빨랐다고 볼 수 없는 만큼 더욱 발걸음이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12개 기업집단과 3개 단일기업이 참여하는 코리아 H2비즈니스서밋에서 공동의장사를 맡았다. 

최 회장은 이날 SKE&S가 준비한 SK 수소 밸류체인관 외에도 코리아 H2 비즈니스서밋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2021수소모빌리티+쇼’ 행사장 전시관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둘러보며 수소산업 현황과 각 기업이 보유한 기술들에 큰 관심을 보였다. 

최 회장은 현대차 전시관에서 신기한 제품을 보고 정 회장에게 직접 질문을 하기도 하고 스마트폰으로 사진도 찍으며 열정적 모습을 보였다. 수소에너지 인프라사업에 힘을 주기 위해 수소산업 생태계 전반을 향한 관심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SK그룹은 2020년 12월 SK에 수소사업추진단을 만들어 수소사업 진출을 공식화한 뒤 올해 1월 중국 완성차기업 지리자동차와 수소 관련사업에 투자하기 위한 펀드를 조성하는 등 투자재원 확보에 힘을 실어왔다.

그룹 수소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SK가 최근 자회사 SK리츠를 출범해 그룹 부동산 활용을 본격화하는 만큼 앞으로 투자규모와 행보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리츠는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 관련 개발 또는 수익사업에 투자해 수익을 배당하는 사업을 말한다. 애초 SK그룹이 리츠사업으로 발을 뻗은 것은 수소사업 등 새 먹거리분야 투자재원 마련을 위한 한 행보로 여겨졌다. 

SK리츠는 이에 머물지 않고 8월18일 온라인으로 진행한 기업설명회에서 부동산뿐 아니라 SK그룹 신사업 영역에서 투자기회를 적극적으로 살피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SK리츠 측은 SK그룹이 주요 사업영역인 신에너지 등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면 시장에서는 접근하기 힘든 좋은 투자처가 생길 수 있으므로 차별적 성장기회들을 많이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SK리츠는 현재 상장절차를 진행하고 있는데 공모주 청약에서 청약증거금 19조2556억 원을 끌어모으며 공모리츠업계에서 역대급 상장 흥행을 보여주고 있다.

SK는 수소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수소 관련 원천 기술을 보유한 해외기업 투자는 물론 글로벌 파트너십 체결 등을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SK는 올해 초 미국 수소에너지기업 플러그파워에 투자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최근에는 세계 최초로 청정수소 생산체제를 구축한 미국 기업  모놀리스에도 투자해 다양한 형태의 청정수소 생산 옵션과 핵심기술을 발빠르게 확보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세계 수소시장 규모는 2050년 2조5천억 달러(약 3천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에너지업계도 2050년에는 세계 에너지 소비량의 18%를 수소에너지가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