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익 LX세미콘 대표이사 사장이 고객사 LG디스플레이의 전략 변화에도 견딜 수 있도록 고객사를 다변화해 놓았다.

LX세미콘은 LG디스플레이의 사업 전환기에 주력 제품인 LCD(액정표시장치)패널용 디스플레이구동칩(DDI)의 수요가 줄 것이라는 우려를 받았지만 극복해 낼 것으로 보인다.
 
LX세미콘 LG디스플레이의 LCD 줄어도 유비무환, 손보익 고객 다변화

손보익 LX세미콘 대표이사 사장.


LX세미콘은 LG디스플레이의 생산패널 전환작업이 끝나면 수익성 좋은 올레드(유기발광다이오드)패널용 디스플레이구동칩 판매 증가에 따른 수혜도 볼 것으로 전망된다.

6일 디스플레이업계에 따르면 하반기 들어 글로벌 LCD패널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LG디스플레이가 10월부터 LCD패널 생산량을 점차 줄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LG디스플레이의 10월의 감산량이 10만 장에 이를 것이라는 구체적 수치도 업계에서 퍼지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올레드의 대중화’를 내걸고 올레드패널 생산 확대에 힘을 싣고 있는 만큼 LCD패널 생산량을 줄이는 것이 특별히 이상한 일은 아니다.

LG디스플레이의 사업 전환에 따라 LX세미콘을 향해 주식시장은 불안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LX세미콘 디스플레이구동칩의 주요 고객사다. LG디스플레이의 LCD패널 생산량이 줄어들면 그만큼 LX세미콘의 디스플레이구동칩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시선이 퍼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LG디스플레이는 대신 올레드패널 생산량을 확대하기 위해 2024년 3월까지 3조 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투자 완료는 멀리 있고 LCD패널 감산은 눈앞에 있다.

LX세미콘 주가는 7월27일 12만9700원을 보이며 52주 최고가를 새로 썼다가 8월27일에는 10만9500원에 거래를 마치는 등 8월 한 달 동안 16%가량 빠졌다.

이를 놓고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부 투자자들이 LX세미콘을 놓고 내년 디스플레이구동칩 출하량이 줄면서 영업이익도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를 품고 있다”며 “이에 주가도 힘을 받지 못하는 분위기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LX세미콘이 LG디스플레이의 사업 전환 본격화에 그다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도 만만찮다.

손보익 사장은 LX세미콘이 이전처럼 실적을 LG디스플레이에만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도록 하는 매출구조를 갖춰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손 사장은 2017년 3월 LX세미콘(당시 실리콘웍스) 대표이사에 올랐다. 당시만 해도 LX세미콘은 2016년 기준으로 LG디스플레이에 매출의 96%를 의존했다.

손 사장은 LX세미콘의 고객사를 BOE나 CSOT 등 중국 디스플레이패널 제조사들로 다변화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그 결과 2021년 상반기 기준으로 LX세미콘의 LG디스플레이 의존도는 69%까지 낮아졌다.

지난해 1분기부터는 중국 고객사로 추정되는 회사 1곳이 전체 매출의 10% 이상을 담당하는 주요 고객사로 사업보고서에 추가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정원석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의 LCD패널 축소에 대응해 중국 고객사들의 LCD용 디스플레이구동칩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확대하면서 디스플레이구동칩 판매량이 오히려 늘어날 수도 있다”고 봤다.

이제 LX세미콘은 계열분리를 통해 LG그룹을 떠나 LX그룹의 핵심 계열사가 됐다. 기존에는 LG그룹의 디스플레이반도체 공급책이었다면 앞으로는 LX그룹의 현금 창출원 역할을 해야 한다.

손 사장의 고객사 다변화 과제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건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LX세미콘은 계열분리 뒤 성장과 관련한 고민이 더욱 깊을 수밖에 없다”며 “고객사를 LG디스플레이에서 다른 회사로 다변화하는 흐름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LX세미콘이 LG디스플레이의 사업 전환기를 잘 넘어가면 오히려 LG디스플레이의 올레드패널사업 강화전략으로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손 사장은 LX세미콘의 디스플레이구동칩을 LCD용에서 올레드용으로 다변화하는 데도 힘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LX세미콘의 매출 가운데 올레드용 디스플레이구동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12%에서 지난해 말 42%까지 높아졌다.

올레드용 디스플레이구동칩은 LCD용 제품과 달리 구동기술 이외에 패널 보상기술(영상을 보정하는 기술)이 요구돼 단가가 높다. 그만큼 수익성도 좋다.

손 사장은 LX세미콘이 수익을 꾸준히 창출하는 것을 넘어 실적의 ‘체급’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한 준비까지 마쳐둔 것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