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1-08-31 12:3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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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가 샤오미를 삼성전자 못지않은 주요 고객으로 두게 됐다. 샤오미가 화웨이의 스마트폰사업 빈자리를 효과적으로 공략한 결과로 풀이된다.
삼성전기는 샤오미 등 신흥 고객사에 힘입어 삼성전자에 관한 의존도를 줄임으로써 안정적 성장기반을 닦을 것으로 전망된다.
▲ 8월 한국에 출시된 샤오미 스마트폰 레드미노트10 5G. <샤오미>
31일 삼성전기 상반기 사업보고서를 분석하면 샤오미는 최근 10년 이래 처음으로 삼성전기 연결기준 매출 10%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고객에 올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삼성전기의 주요 고객은 삼성전자뿐이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삼성전기에서 차지하는 매출비중은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2019년 연결기준 매출 8조408억 원 가운데 41.9%(3조7869억 원)를 삼성전자에서 거뒀다. 하지만 2020년에는 삼성전자 매출 비중이 33.7%(2조7652억 원)로 줄었고 올해 상반기에는 22.2%(1조2763억 원)로 급감했다.
대신 샤오미가 새로운 주요 고객으로 떠올랐다. 샤오미는 상반기 삼성전기 매출 4조8474억 원 중 14.2%(6876억 원)를 점유했다.
이는 화웨이가 미국으로부터 반도체 수급 등과 관련한 제재를 받아 스마트폰사업이 대폭 위축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시장 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등에 따르면 샤오미는 올해 2분기 애플을 제치고 역대 처음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 2위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반면 화웨이는 지난해 2분기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와 함께 세계 1~2위를 다퉜으나 현재는 점유율이 5%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이처럼 샤오미가 화웨이의 빈자리를 채우는 과정에서 삼성전기로부터 받는 부품 규모도 자연스럽게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기는 당초 중국에서 샤오미와 오포, 비보 등을 중심으로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와 카메라모듈 등을 공급해왔다. 반면 화웨이와 관련한 거래 규모는 미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스마트폰 1위인 삼성전자도 화웨이의 스마트폰사업 부진에 따른 혜택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모바일업계에서는 샤오미와 비교하면 삼성전자의 수혜폭이 크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삼성전기에서 샤오미의 존재감이 이전보다 훨씬 뚜렷해진 이유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이외 지역에서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량은 2020년 8월 이후 지속 감소해 올해 7월 17만 대 수준에 그쳤다”며 “같은 기간 점유율이 확대된 업체는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업체였고 삼성전자는 오히려 점유율이 소폭 축소됐다”고 말했다.
▲ 경계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
삼성전기 등 부품기업 쪽에서 보면 고객사 매출비중이 편중되지 않고 균형을 이룰수록 좋다. 특정 고객사가 사업 차질을 겪을 경우 발생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기는 최근 삼성전자 스마트폰 출하량의 성장세가 다른 기업에 비해 둔화한 상황에서도 양호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 올해 2분기 매출 2조4755억 원, 영업이익 3393억 원을 냈다. 지난해 2분기보다 매출은 41%, 영업이익은 230% 증가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특히 모듈솔루션(카메라모듈)부문 영업이익이 작년 2분기 30억 원에서 올해 2분기 410억 원으로 급증했다. 통상 2분기는 스마트폰 비수기로 여겨지지만 샤오미를 포함한 중국 기업의 부품 수요가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김록호 연구원은 “2분기 삼성전기 카메라모듈사업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물량이 기존 전망치를 하회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 고객사 매출 확대에 따라 예상보다 탄탄한 외형을 달성했다”고 봤다.
황고운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 카메라모듈사업 매출은 당초 추정치를 29% 상회했는데 이는 중화권 고객사에 관한 고부가 모듈 판매가 늘어나 중화권 매출이 사상 최대치를 보였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샤오미는 앞으로도 삼성전자와 함께 삼성전기 고객 양대산맥으로서 지위를 공고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샤오미는 최근 온라인행사를 통해 향후 3년 안에 삼성전자를 뛰어넘어 글로벌 스마트폰 1위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내놨다.
또 전기차와 로봇 등 첨단분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어 전장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 및 카메라모듈을 비롯한 고부가 부품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