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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오전 대전시 유성구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해 임종태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장(오른쪽)의 설명을 들으며 함께 걷고 있다. <뉴시스> |
“솔직히 지난 3년이 무서웠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가 24일 한 라디오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인 목사는 25일로 취임 3주년을 맞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대통령들을 많이 겪어봤지만 이렇게 유난히 찬바람이 쌩쌩 나는 한겨울 같은 그런 느낌을 가져 본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집안에서도 아버지가 화를 내시면 집안 분위기가 썰렁하고 다 겨울공화국이 되지 않나"며 "그런데 박 대통령이 그동안 너무 자주 화도 내시고 역정을 내고 꾸중도 하고 또 어떤 한 사람을 특별히 지목해 미워하기도 하고…”라고 덧붙였다.
개인적인 고백을 하자면 기자도 인 목사가 털어놓은 ‘두려움’과 유사한 감정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취임식을 했던 3년 전에는 달랐다. 박 대통령에 대한 나름의 개인적인 기대도 품었다.
박 대통령은 3년 전 취임사에서 경제민주화와 국민행복, 문화융성을 이뤄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다고 국민들 앞에 약속했다.
정치인들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냐마는 기자는 당시 박 대통령이 여성 특유의 리더십으로 이전 대통령과는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 줄 거라는 일말의 기대를 지녔다.
개인적으로 특히 경제민주화 공약을 선호했는데 '대기업 중심의 우리 사회가 조금은 나아지겠지' 하는 순진한(!)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3년 동안 한국 사회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역사는 후퇴하고 민생은 황폐화하고 남북관계는 최악의 상태로 악화됐다’는 야당의 주장을 100% 수용하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가 좋아졌다고 말하는 사람을 적어도 기자 주변에서는 찾지 못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24일 “박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 양극화와 불균형의 문제를 어느 정도 시정하리라 기대했지만 오늘날 상황을 보면 불균형은 더 심해졌다”며 “청년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고 과연 이대로 정상적으로 나라가 굴러갈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경제민주화 공약을 입안하는 등 박근혜 정부 탄생의 ‘1등 공신’으로 평가받는다.
김 대표는 “하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우리나라가 당면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굳이 김 대표의 언급이 아니더라도 이땅의 청년들이 ‘헬조선’을 이야기한지는 어제오늘이 아니다. 헬조선이 무엇인가. ‘지옥과 같은 한반도’라는 뜻 아닌가.
국민행복과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한 박 대통령 재임 3년간 이런 신조어가 나오게 된 것 자체가 청년들은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불행이다.
청와대는 최근 박 대통령 재임 3년 동안의 업적으로 평화통일 기반 구축, 역사교과서 국정화, 일본군 위안부 협상타결, 전시작전권 전환 연기 등을 내놓았다.
과연 이런 것들이 대통령 업적에 포함될 수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일반 국민들과 박 대통령의 상황에 대한 인식 차이가 얼마나 큰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역시 문제는 ‘소통’이다.
정치든 경제든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대통령의 역할은 이러한 다양한 목소리를 효율적으로 조율해 가장 합리적인 대책을 내놓는 것이다.
하지만 ‘소통’이란 단어는 박 대통령의 머리 속에는 없어 보인다. 대신 불통과 독선, 권위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언론계 인사는 “박 대통령은 어린 시절부터 퍼스트레이디, 국모 역할을 해 왔다”며 “이러한 성장 환경으로 인해 ‘나는 무조건 옳다’는 아집과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문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모든 문제의 원인이 대통령 한 사람에게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또 대통령과 국민이 소통한다고 해서 정치나 경제, 외교의 산적한 현안이 다 풀린다는 보장도 없다.
하지만 문제 해결의 첫 단추인 소통부터 막혀 있으니 해결은 커녕 사태가 악화일로로 꼬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박 대통령을 오랫동안 지켜본 한 인사는 “정말 지금의 모습은 상상이 안 갈 정도다. 예전에는 얼굴 보며 차도 마시고 토론도 했다. 노래방에 함께 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 3년간 변한 것일까. 아니면 원래부터 그런 사람이었던 것일까. 정답은 박 대통령 본인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