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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벤처기업 이항(Ehang)이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가전제품 전시회 ‘CES 2016'에서 사람이 탈 수 있는 드론 '이항 184'를 깜짝 공개했다. <뉴시스> |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6’의 화두는 단연 중국이었다.
참가기업들의 규모나 기술력에서 중국은 전 세계인들의 시선을 끌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올해 CES 2016에는 전 세계 4천여개 기업이 참여했는데 이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중국기업이었다.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CES는 최근 수년 동안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다양한 혁신 제품을 선보이며 행사의 주인공 역할을 맡아왔는데 이제는 그 자리를 중국에 넘겨줘야 할 판이다.
중국은 참가규모뿐 아니라 기술력 면에서도 돋보였다.
관람객들에게 특히 인기를 끈 것은 사람을 태울 수 있는 드론이었다. 지금까지 드론 하면 상품을 배달해 주는 빠른 운송 수단으로 인식됐던 게 보통이었는데 중국은 과감하게 이 상식을 깨트리고 나온 것이다.
이항(EHang)이란 중국의 벤처기업이 깜짝 공개한 이 드론은 성인 한명을 태운 채 23분 동안 시속 96km 속도로 날 수 있다고 한다. 이쯤 되면 초소형 경비행기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이 드론은 특히 탑승자가 직접 조작할 필요가 없어 관련 기술이 발전할 경우 조종사 없는 자율비행도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스마트카 부문에서도 중국의 급성장이 두드러졌다.
중국의 부호 러스왕이 공동창업자로 있는 패러데이퓨처는 최고출력 1천마력, 제로백(백미터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 3초, 최고속도 320km에 달하는 콘셉트카 ‘FF제로1'을 공개했는데 부스가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로 관람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중국 기업들의 ‘약진’에 비해 삼성그룹과 LG그룹 등 우리나라 기업들의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두 회사는 이번 행사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TV에서 혁신적인 제품들을 선보였지만 프리미엄 제품을 제외하면 이제는 중국과 기술력 차이도 크지 않다고 업계는 바라본다.
중국 기업들이 이번 전시회를 통해 과감한 ‘시장 선도자’로서 달라진 위상를 보여주었다면 우리 기업들은 잘하는 기존 사업 분야를 '탈없이' 지키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 그쳤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번 행사에 참가한 재계의 한 관계자는 “행사를 참관하면서 중국 기업들의 무서움을 피부로 절감할 수 있었다”며 “이제부터라도 기업과 정부가 나서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미래 산업에서도 중국에 밀려버리게 될지도 모른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사물인터넷, 드론, 스마트카 등 최근 주목받고 있는 미래산업은 아이디어가 무엇보다 필요한 분야다.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가 필수적이다. 활기 넘치고 살아 있는 창업생태계가 조성되어야 하는 것도 물론이다.
하지만 한국의 현실은 이런 당위적인 목소리가 무색할 만큼 척박하기 그지 없다.
스스로를‘3포 세대’(결혼과 연애 출산 포기) ‘5포 세대’ ‘N포 세대’(모든 걸 포기)로 부르고 ‘흙수저’ ‘헬조선’ 담론이 횡행하는 우리나라에서 창업과 도전 같은 단어는 언감생심 꿈도 꾸기 힘든 말이 되버렸다.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세계적인 기업이 미국에서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살아 움직이는 창업생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은행(SVB)은 지금도 수많은 벤처캐피탈에 자금과 신용을 지원하고 벤처캐피탈은 또 수많은 스타트업(신생 벤처)을 돕고 투자한다. 단순히 돈만 빌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경영시스템과 지혜까지 빌려주고 그들이 감당해야 하는 위험을 공유한다.
대출 만기가 다가오지만 성과가 없어 자금회수가 어려운 기업에는 다그치지 않고 대신 위로 전화까지 해준다고 한다. 실패했을 때 가족과 친구들에게서조차 버림받을 만큼 ‘살벌한’ 우리와 달리 미국의 벤처기업인들은 패자부활의 기회도 얻을 수 있다.
우리의 현실과 비교하면 부러움을 넘어 경이로움을 느낄 정도다.
구글과 페이스 북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두려움 없이 도전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뒷받침돼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더라도 첫걸음부터 떼어야 한다. 더 이상 머뭇거리다가는 청년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헬조선’에서 벗어나기란 불가능해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품어야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