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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두언 국회 국방위원장이 지난달 2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KF-X 사업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다. <뉴시스> |
‘이봐,해봤어?’ 정주영 명예회장이 평소 즐겨 사용했던 말이다.
임종인 청와대 안보특보가 이 말을 인용한 기고문을 4일 한 일간지에 게재하면서 한국형전투기(KF-X) 사업 추진을 놓고 논란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청와대와 국방부, 방위사업청의 입장은 ‘해보지도 않은 채 지레 겁먹고 포기할 필요가 없다’로 요약된다. 쉽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 일단 시작했으니 끝을 보자는 것이다.
이들과 반대편에 서 있는 정두언 국회 국방위원장이나 야당은 ‘한국형전투기 사업은 시간은 시간대로, 돈은 돈대로 투입한 채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정 위원장은 10월29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현재의 추진방식으로 진정한 자주국방 능력을 확보할 수 없다”며 한국형전투기 사업의 재검토를 요청했다.
한국형전투기 사업은 해외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아 2025년까지 국산 전투기를 개발한다는 장기 프로젝트다. 모델이 되는 기종은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F-35다. 투입될 예산 규모만 18조원에 이른다.
정부는 2025년이라고 시한을 적시했지만 전문가들은 10년 안에 자체 전투기를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10년 만에 전투기 개발에 성공한 나라는 지구상에서 한 곳도 없다.
한국형전투기 사업에 대한 문제점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 계기는 미국 쪽이 약속했던 기술이전을 거부하면서부터다.
미국은 기술이전 거부방침을 4월 방위사업청에 전달했는데 방사청은 이 사실을 2개월이나 청와대에 알리지 않았다. 이를 전달받은 주철기 전 청와대 외교안보 수석이 다시 3개월 동안 뭉갰다.
초대형 국책 사업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는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반년 가까이나 몰랐던 셈이다.
기술이전이 거부되자 국방부는 슬며시 말을 바꿨다. 한국형전투기 개발에 필요한 핵심 기술의 90%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김종대 정의대 국방개혁기획단장은 2일 “정부 쪽의 주장은 거짓말이며 우리가 보유한 기술은 14%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국민의 혈세가 들어가는 사업에 당국의 말은 상황따라 달라지니 국민들로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미국 측의 기술이전 거부방침을 알고서도 대통령에게 반년 가까이 보고도 하지 않은데다 기술이전이 거부되자 핵심 기술의 90%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을 바꾼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에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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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35 전투기. |
이럴 때는 해외의 사례를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된다.
10월19일 열린 캐나다 총선에서 제 1야당인 자유당이 압승했는데 내건 공약이 주효했다. 주요 공약은 집권당의 F-35 전투기 구매계획을 취소하겠다는 것이었다.
캐나다의 구매취소는 F-35 공동개발국 9개 나라 가운데 첫 이탈 사례라는 점에서 국제적인 관심을 모았다. 노르웨이에서도 F-35 구매 비용 및 개발 과정에 대한 자체 재검토에 들어갔다는 말들이 나온다.
캐나다는 우리나라처럼 F-35를 차세대 전투기로 선정했기 때문에 우리에게 여러 측면에서 시사점을 던져 준다.
애초 캐나다 국방부는 2010년 이 전투기 65대를 구매한다고 발표했다. 전투기 구매가격 90억 달러와 20년 동안 운영유지 비용을 합해 총비용이 160억 달러(약 18조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하지만 야당과 감사원의 끈질긴 조사 끝에 정부의 발표는 거짓으로 드러났다.
관련 비용은 정부 발표보다 훨씬 많은 250억~290억 달러가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소 90억 달러에서 많게는 130억 달러가 추가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형전투기 사업에서 필수적인 핵심기술 이전마저 거부당한 상황에서 천문학적인 비용을 치러가며 F-35를 구매해야 하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