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웨어러블(착용가능한) 기기를 처음으로 내놓았다. 많은 기업이 이미 진출한 웨어러블기기 시장에 LG전자도 가세한 것이다. 웨어러블시장이 계속 커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 시장에서 안착하기 위해서 ‘특별한 기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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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
LG전자가 건강관리 기능을 탑재한 웨어러블 기기 ‘라이프밴드터치’와 ‘심박이어폰’을 북미에 출시했다고 14일 밝혔다. 라이프밴드터치는 이동 거리와 속도, 걸음 수, 칼로리 소모량 등의 운동량을 측정하고 사용자의 운동기록을 관리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심박이어폰은 귀에서 혈류량을 체크해 심박수를 측정할 수 있다.
LG전자의 웨어러블기기 시장 진출은 한 발 늦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마트폰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어 새로운 먹거리가 필요한 상황에서 다른 기업들은 이미 진출해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더 늦기 전에 시장경쟁에 뛰어든 셈이다. 스마트폰시장처럼 뒤늦게 뛰어들었다가 고전하는 일을 되풀이할지 혹은 혁신을 통해 새롭게 등장하는 웨어러블 시장에서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 뜨거운 웨어러블기기 시장
LG전자는 지난달 흩어져 있던 웨어러블기기 관련 부서를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사업본부 산하로 통합했다. 이와 함께 외장하드, 휴대용 배터리, 마우스, 키보드 등 스마트폰 액세서리를 담당하던 조직도 MC사업본부 소속으로 전환했다.
뒤늦게 진출한 만큼 스마트폰과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액세서리 조직을 통합해 디자인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LG화학에서 케이블배터리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케이블배터리는 구부리는 것은 물론 매듭을 묶어도 전혀 무리가 가지 않는 제품이라 웨어러블기기에 적합하다.
LG전자가 웨어러블시장에 뛰어든 것은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사물인터넷 시장을 주목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스마트워치, 스마트밴드 등 웨어러블 기기들은 대표적인 사물인터넷 제품으로 꼽힌다. LG그룹 임원 300명은 지난 13일 구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사물인터넷(IoT)과 비즈니스’를 주제로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의 특강을 듣기도 했다.
구 회장은 이 자리에서 “관행에 익숙해 있으면 시장을 선도할 수 없다”며 “한발 앞서 변화의 흐름을 읽어내고 우리의 강점으로 남다른 고객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고객의 삶을 바꾸기 위해 필요한 부분은 과감히 투자하고 힘을 키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웨어러블기기 시장에 이미 많은 기업이 진출해 있다. 그동안 페블이나 조본 등 벤처기업이 이끌던 시장에 글로벌기업들이 하나둘 뛰어들었다. 이 시장에 진출했거나 진출할 예정인 기업은 삼성전자와 LG전자 외에도 애플, 소니, 퀄컴, 화웨이 등 10개가 넘는다.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곳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9월 출시한 갤럭시기어는 출시 3개월여 만에 100만 대 판매 신기록을 달성했다. 스마트워치 분야에서 100만 대 이상 팔린 제품은 갤럭시기어가 유일하다. 올해 기어2, 기어2네오, 기어핏 등 신제품을 내놓으며 시장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반기에 애플도 스마트워치를 출시할 예정이어서 경쟁은 더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은 연내 900만 대의 스마트워치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와 애플 등 스마트폰 양강체제가 웨어러블기기 시장에서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여러 기업들이 시장을 나눠가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웨어러블기기는 무엇보다 디자인이 중요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개성에 따라 선택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스마트워치 전문개발사 페블은 올해 초 ‘진짜 시계 같은 디자인의 스마트워치’을 내걸고 디자인을 강조한 제품을 내놓았다. 브롯치나 목걸이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 '미스핏샤인'을 개발한 미스핏은 프라다 또는 코치와 같은 명품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고민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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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밴드 터치와 심박 이어폰<사진=LG전자> |
◆ 장밋빛 전망 낙관할 순 없어
전문가들은 웨어러블기기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본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웨어러블 기기 시장이 향후 5년 동안 연평균 78.4%씩 성장해 오는 2018년 출하량이 1억 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웨어러블 기기 시장은 62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00% 이상 급성장했다.
BBC리서치는 웨어러블기기의 2018년 연매출이 302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아이미디어리서치는 내년 중국에서만 웨어러블기기 출하량이 4000만대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웨어러블기기 시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확정짓기에 아직 이르다는 분석도 많다.
소니와 퀄컴이 지난해 선보인 스마트워치는 배터리 지속시간이 짧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소비자에게 외면당했다. 나이키는 지난달 스마트밴드 ‘퓨얼밴드’ 사업을 정리하기로 하고 담당직원의 80%에 달하는 인원을 해고했다.
웨어러블기기만의 특별한 기능이 없다는 점도 지속적으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웨어러블기기 시장이 안착하려면 스마트폰에 없는 기능을 선보여야 한다고 주문한다. 신체와 밀착되고 휴대성이 극대화된 웨어러블기기만의 특징을 살려야 한다는 얘기다.
LG전자의 신제품은 건강관리 기능에 특화된 제품으로 건강관리 측면에서 갤럭시 기어 시리즈와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기어와 달리 안드로이드는 물론이고 iOS 운영체제를 사용하고 있는 기기와도 연동이 가능하다는 점은 강점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