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사장은 평소 고객가치를 ‘최우선 핵심목표’라고 강조하며 금융소비자 보호에 힘을 쏟았지만 최근 판매한 펀드환매 중단으로 당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5천억 원 가까이 판매한 옵티머스펀드가 부실자산 논란에 휩싸인 데 따라 고객 신뢰도 하락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이 그동안 업계 최초로 CCO(소비자보호최고책임자)를 독립 선임하고 핵심성과지표(KPI) 대신 ‘과정가치 평가’제도를 도입하는 등 금융소비자보호에 앞장섰던 것을 놓고 보면 이번 환매연기는 뼈아픈 결과일 수밖에 없다.
NH투자증권은 운용사의 부실자산 편입 논란과 서류 위변조 논란이 있는 만큼 억울하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금융감독원 조사가 시작된 만큼 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기다리고 있다”며 “펀드 명세서 내용과 다르게 편입된 자산의 정확한 내용과 가치를 확인한 뒤에 회수 가능성과 책임소재를 따질 것”이라고 말했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은 18일 ‘옵티머스크리에이터 25·26호’ 펀드 만기를 하루 앞두고 판매사인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 만기연장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은 공기업이나 관공서가 발주한 건설공사 및 전산용역과 관련된 매출채권에 투자해 펀드를 운용한다고 홍보했다. 이른바 ‘공기업채권펀드’로 펀드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편입자산의 95% 이상을 공공기관과 관련된 매출채권으로 설정한다.
하지만 펀드에 편입된 자산은 공공기관의 매출채권이 아닌 대부업체의 사채 등인 것으로 드러났으며 옵티머스자산운용이 자산 편입내역을 위변조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또한 뒤에 설정된 펀드의 투자금으로 앞서 설정된 펀드를 상환하는 ‘폰지사기’ 수법도 이용된 것으로 전해진다. 폰지 사기는 나중에 투자한 사람의 돈으로 먼저 투자한 사람에게 수익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일종의 ‘다단계 금융사기’방식이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19일 옵티머스자산운용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의 조사 결과가 나오기 까지 약 2~3주가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NH투자증권 등 옵티머스펀드 판매사측은 펀드 명세서 등 관련 서류를 하나하나 대조했지만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또한 실제 펀드에 편입자산을 알고 싶어도 판매사로서는 펀드운용에 참여하는 것이 엄격히 금지돼 있어 운용사에서 제공하는 명세서에 의존해야만 하는 제도적 한계가 있다는 설명한다.
이번에 환매가 연기된 펀드 외에 앞으로 만기가 다가오는 약 5천억 원 규모의 옵티머스펀드들도 환매가 연기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전체 펀드 규모는 설정 잔액을 기준으로 5564억 원을 웃돈다. NH투자증권은 그 가운데 85%가 넘는 4778억 원 가량을 판매했다.
NH투자증권으로서는 판매사가 해야 할 의무를 다 했다고 하더라도 NH투자증권을 통해 펀드에 가입한 고객들의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는 만큼 이번 환매연기사태의 영향으로 신뢰도에 흠집이 날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2019년 12월 업계 최초로 금융소비자보호본부를 기존 준법감시본부에서 분리 신설했고 CCO(금융소비자보호최고책임자)를 독립 선임했다.
또한 지난해 1월 파생결합펀드 사태 등 금융사고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핵심성과지표(KPI)를 없애고 ‘과정가치 평가’제도를 도입해 소비자 보호에 힘을 실었다.
정 사장의 이런 노력에 힘입어 NH투자증권은 지난해부터 불거진 ‘라임자산운용 펀드환매 중단사태’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었다는 시선도 나온다.
라임자산운용의 전체 펀드 규모는 설정 잔액을 기준으로 3조6339억 원에 이른다. 그 가운데 NH투자증권의 판매규모는 2.30%에 해당하는 837억 원 가량에 그쳐 상대적으로 적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