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회 주도권을 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보험업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법안 통과 여부에 시선이 모이고 있다.
민주당이 국회에서 177석을 차지함에 따라 단독으로 법안 처리가 가능한 상황에서 본회의에 상정하기 전 마지막 관문이라 할 수 있는 법제사법위원회의 위원장도 민주당이 맡았다.
여당 안에서 의견합의가 이뤄지면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더욱이 정부가 ‘금융그룹의 감독에 관한 법률(금융그룹감독법)’ 입법을 추진하면서 금융그룹의 관리감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점도 보험업법 개정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금융그룹감독법은 여수신, 보험, 금융투자업 가운데 2개 이상 업종을 운영하는 자산 5조 원 이상의 대기업 또는 금융그룹을 감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삼성, 현대차, 미래에셋, 교보, 한화, DB 등이 규제대상이다.
당초 논의되던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에서 비금융사 주식보유를 제한하는 규정이 빠지면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도 삼성전자 주식 매각의 부담을 덜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국회에서 보험업법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전영묵 사장이나 최영무 사장으로선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삼성생명이나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하면 삼성전자로부터 받는 배당금 수입 감소와 삼성전자 지분가치에 해당하는 자산 감소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삼성생명은 2019년 삼성전자로부터 7천억 원이 넘는 배당금수익을 얻었다. 삼성화재도 1200억 원가량의 배당금을 받았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가 계열사의 주식을 ‘시가’ 기준으로 총자산의 3% 미만으로 보유해야 한다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현행법은 은행이나 상호저축은행 등 금융기관의 회계처리를 시가로 평가하도록 했으나 보험사의 계열사 채권 및 주식취득한도를 산정할 때는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적용되면 실제로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곳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뿐이라 ‘삼성생명법’으로도 불린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특정기업을 노린 법안이라며 미래통합당이 반발했고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박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재선에 성공한 뒤 6월 국회 개원과 함께 다시 보험업법 개정안을 16일 발의했다. 카카오뱅크 공동대표이사 출신인 이용우 의원도 박용진 의원과는 별도로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18일 발의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보험업법 개정안 발의와 관련해 구체적 대응방안은 아직 논의되고 있지 않다”며 “법안이 발의됐을 뿐 본격적으로 논의가 이뤄진 것이 아닌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발의된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전영묵 사장과 최영무 사장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을 대규모로 처분해야 한다.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주식 8.8%를 시가로 환산하면 27조 원이 넘는다. 올해 1분기 기준 삼성생명의 자산은 309조 원가량으로 3%인 9조2700억여 원을 초과하는 주식은 매각해야 한다.
삼성화재도 삼성전자 주식 1.5%를 보유하고 있어 자산 85조 원의 3%인 2조5500억여 원을 넘는 2조 원가량의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지 여부는 말하기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은 삼성전자 경영권 안정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만큼 보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삼성물산이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에서 나오는 주식을 사들여야 하는 부담을 안을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