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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식(왼쪽) 한국은행 부총재가 9일 물러났다. 이날 열린 5월 통화정책방향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이주열 한은총재와 함께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친정체제’ 구축에 들어갔다. 이 총재가 김중수 전임 총재의 사람으로 꼽혀온 박원식 부총재를 ‘자의반 타의반’으로 물러나게 했다. 이 총재는 그동안 김중수 전임 총재의 인사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그러나 박 부총재가 임기를 남겨놓고 물러나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원식 한국은행 부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가 열린 9일 사의를 표명했다. 당연직 금융통화위원인 박 부총재는 이날 회의를 마지막으로 사표를 제출해 30년 동안 일해온 한국은행에서 물러났다.
박 부총재는 2012년 4월 한국은행 부총재에 임명됐다. 임기는 내년 4월까지다. 임기를 1년 정도 남겨놓고 물러난 셈이다.
박 부총재는 1982년 한은에 입행해 인사과장, 금융안정분석국 부국장, 비서실장, 총무국장, 부총재보 등을 거쳤다.
박 부총재의 퇴임은 ‘자의반 타의반’에 가깝다. 박 부총재는 김중수 전임 총재가 중용하는 등 전임 총재의 사람으로 꼽혀왔다. 이주열 총재는 김중수 전임 총재 시절에 김중수 총재와 불편한 관계였고, 당시 부총재보로 일하던 박 부총재가 사실상 부총재로서 권한을 행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 총재와 박 부총재와 사이 때문에 이 총재가 한은 총재에 오른 뒤 박 부총재가 물러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이 총재는 지난 3월 인사 청문회에서 "김중수 총재가 (인사 문제에 있어) 공정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지만 매우 중요한 일인 만큼 원칙을 지키는 인사를 하겠다"며 김중수 전임 총재의 인사를 에둘러 비판한 적이 있다. 김중수 전임 총재는 파격적 인사로 '김중수 키즈' 같은 말들이 한은 내부에서 돌았다.
이 총재가 등장한 뒤 한은 내부에서도 박 부총재의 퇴임을 압박하는 움직임이 일었다. 임기와 무관하게 이 총재와 뜻이 맞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친정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였다. 사내 게시판에 ‘물러나야 할 때 물러나지 않고 계속 벼슬자리를 지킨다’는 글이 올라 박 부총재의 사퇴를 압박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취임 후 국실장급 인사에서 김중수 전임 총재의 신임을 받던 인사들을 한직으로 돌리는 인사를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부총재와 부총재보 인사에서도 친정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인사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 부총재의 퇴임은 임기 1년을 남겨놓은 상황에서 물러난 것이어서 나쁜 전례를 만들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 총재도 김중수 전임 총재 시절 갈등을 겪었지만 임기를 마쳤다. 이 총재는 지난 4일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하기 위해 방문한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부총재의 거취와 관련해 "원칙적으로 임기를 지켜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박 부총재의 후임으로 한은 부총재보를 지낸 장병화 서울외국환중개 대표이사와 김재천 한국주택금융공사 부사장 등이 거명된다. 금통위원직을 겸하는 한은 부총재는 총재가 복수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