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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패스트푸드 브랜드인 KFC를 매각했다. 이로써 두산그룹은 1995년에 문을 연 지 110여 년 만에 그룹의 체질을 완전히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두산의 자회사인 DIP홀딩스는 8일 KFC를 유럽계 최대 사모펀드인 시티벤처캐피털(CVC)에 매각했다고 밝혔다. DIP홀딩스는 CVC와 SRS코리아㈜의 지분 100%를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했다. SRS코리아는 KFC를 운영하고 있다. 매각가격은 1천억 원이며 6월까지 매각 과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SRS코리아는 2004년 두산의 KFC와 버거킹 등 외식사업 부문이 분사된 후 신규법인으로 설립됐다. 이후 두산의 체질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2012년 버거킹은 매각했으나 KFC는 번번이 매각에 실패했다. 이번 매각 성공으로 두산그룹은 모태사업인 식음료사업을 완전히 접고 중공업사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두산그룹은 이번 매각 결정에 대해 "외식사업은 두산그룹의 사업목적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판단 하에 그동안 매각작업을 추진해왔다"며 "그룹의 사업포트폴리오와 맞지 않는 외식사업을 모두 정리하고 인프라지원사업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두산은 창업 100주년을 맞은 1995년 소비재 중심의 사업구조를 중공업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선포했다. 이를 선포한 지 20년 만에 그 구상이 완성된 셈이다.
박용만 회장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0여 년 동안 그룹의 주력사업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왔다. 1997년 음료사업부문을 미국 코크사에 매각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그룹의 모태사업이자 핵심사업이었던 OB맥주를 1998년, 2001년 두 차례에 걸쳐 벨기에 인베브에 팔았다.
당시 두산그룹의 회장이었던 박용곤 명예회장은 "두산의 모태인 주류사업을 어떻게 다른 곳에 넘길 수가 있느냐"는 주변의 우려에 대해 "두산이 다음 세대로 넘어가지 못할 수 있는 상황에서 가업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는 말을 남겼다.
이후 종가집김치 등 식음료사업을 대상에 매각했다. 당시 종가집김치는 시장점유율이 60%를 넘기며 안정적 수익을 내고 있었지만 그룹의 변신과정에서 시너지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으로 과감히 매각했다.
매각대금으로 현 두산중공업인 한국중공업과 현 두산인프라코어인 대우종합기계 등을 사들이며 지금의 두산그룹을 만들어 왔다.
박용만 회장이 마지막 외식사업이었던 KFC까지 매각하면서 두산그룹의 사업구조 재편이라는 과제를 끝맺음할 수 있게 됐다. 두산은 이번 매각자금을 당분간 내부 유보자금으로 두면서 사용처를 결정하기로 했다.
최근 박용만 회장은 2년 만에 인수합병을 다시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 두산이 동박적층판 생산회사인 ‘서킷포일(Circuit Foil)’ 인수절차를 진행중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인수 예상가격은 700억 원 가량이다.
동박적층판은 전자제품에 주로 쓰이는 인쇄회로기판의 주재료다. 두산은 동박적층판을 생산해 삼성전자 등에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이 분야의 매출이 7400억 원을 넘어 두산 전체매출의 30%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