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에이치엘비가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2개의 항암신약 허가를 받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진양곤 회장은 조만간 미국 식품의약국에 위암 치료제 ‘리보세라닙’의 신약허가 신청(NDA)을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리보세라닙은 표적항암제로 지난해 임상3상을 마쳤다. 기존 항암제가 암세포와 정상세포를 모두 파괴해 극심한 부작용으로 환자의 정상생활이 불가능했다면 표적항암제는 암세포만 파괴해 부작용이 크게 감소하는 장점이 있다.
난소암 신약 ‘아필리아’도 미국에서 신약허가 신청을 앞두고 있다.
진 회장은 리보세라닙 단일 신약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올해 3월 스웨덴 바이오기업 오아스미아로부터 아필리아의 글로벌 판권을 확보했다. 에이치엘비는 5월 아필리아의 미국 출시를 위해 식품의약국과 사전미팅(pre-NDA)도 진행했다.
에이치엘비가 올해 안에 리보세라닙과 아필리아의 신약허가 신청을 한다면 2021년에는 제품을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에이치엘비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최초로 2개의 항암신약을 미국에서 판매하게 된다.
진 회장은 4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리보세라닙의 신약허가 신청서는 당초 올해 상반기에 제출하려고 했지만 코로나19로 세부 임상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차질이 발생하고 미국 자회사의 재택근무가 길어지면서 지체되고 있다”며 “또 피험자 460명 가운데 3차 위암 환자 280명의 데이터가 깨끗하게 나오지 않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보세라닙과 아필리아는 신약허가 가능성이 낮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에이치엘비는 리보세라닙의 임상3상에서 1차 지표였던 전체 생존기간(OS)의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하지만 2차 지표인 무진행 생존기간(PFS)에서는 의미 있는 데이터를 확보했다.
전체 생존기간이란 환자가 치료를 시작 뒤부터 사망에 이른 때까지 걸린 기간을, 무진행 생존기간이란 암이 커지지 않고 환자가 생존하는 기간을 말한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리보세라닙의 전체 생존기간은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무진행 생존기간 등 2차 평가지표가 나쁘지 않아 임상적 유의성은 있다”며 “리보세라닙이 국내 바이오 기술 발전과 심리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리보세라닙은 이미 중국에서 상용화에 성공한 치료제다.
중국 항서제약은 2014년 리보세라닙과 같은 성분의 위암 치료제 ‘아이탄’의 중국 판매허가를 받았다. 아이탄은 중국에서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으며 2019년에는 매출 21억 위안(약 3700억 원)을 냈다.
난소암 신약 아필리아도 올해 1월 유럽에서 품목허가를 받았다.
제약바이오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 식품의약국의 신약허가 절차가 까다롭기는 하지만 리보세라닙과 아필리아가 이미 다른 국가에서 품목허가를 받은 제품인 만큼 기대감이 큰 게 사실”이라며 “미국 식품의약국에 신약허가 신청서를 제출한 신약이 최종 허가를 받을 확률은 평균 85% 정도”라고 말했다.
진양곤 회장은 리보세라닙과 아필리아를 시작으로 5년 안에 7~8개의 항암제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전망이 좋은 신약 후보물질을 보유한 해외 바이오기업을 인수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이치엘비는 계열사를 포함해 현금성, 금융자산이 3천억 원이 넘게 있다. 또 4월 32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해 자금도 충분하게 보유하고 있다.
오병용 한양증권 연구원은 “에이치엘비의 핵심자산인 리보세라닙은 2021년 매출 79억 원, 아필리아는 매출 63억 원을 내기 시작할 것”이라며 “에이치엘비는 어느새 한국의 선도 제약바이오기업이 되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