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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전자 스마트폰 'G4' 광고에서 한 남성이 사진을 잘못 찍었다는 이유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비는 장면. |
LG전자는 ‘마케팅 실패’라는 잔혹한 역사를 안고 있다.
LG전자는 그동안 우수한 제품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기대에 걸맞는 마케팅 능력을 보여주지 못해 제품 흥행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LG전자가 새로운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공개를 예고했다. 이번에 마케팅의 흑역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 LG전자 새 프리미엄 스마트폰 공개 적기인가
LG전자가 오는 10월1일 열리는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행사와 관련한 사진을 15일 공개했다.
이 스마트폰은 조준호 LG전자 MC사업본부 사장이 지난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출시계획을 밝힌 ‘슈퍼프리미엄 스마트폰’일 가능성이 높다.
당시 조 사장은 이례적으로 전략 스마트폰인 G4보다 이 제품의 출시를 예고해 주목을 받았다. LG전자가 모든 역량을 이 스마트폰에 쏟아부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 사장은 그 뒤 이런 기대를 깎아내는 말을 했다. 조 사장은 최근 “10월 출시되는 제품이 슈퍼 프리미엄 스마트폰이라고 언급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조 사장의 이런 발언은 정도현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장이 지난 7월 2분기 실적발표에서 “하반기에 초프리미엄폰을 출시한다”고 밝힌 것과도 어긋난다.
LG전자의 새 스마트폰 출시 시기를 놓고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4월 G4 출시를 지난해 G3을 내놓을 때보다 한 달 앞당겼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6’에 앞서 시장을 선점하려고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갤럭시S6과 갤럭시S6엣지가 성능을 크게 높이고 곡면의 ‘엣지’ 디스플레이를 채택해 시장의 주목을 받으면서 G4가 밀렸지만 선점전략은 평가받았다.
그런데 이번에 새 프리미엄 스마트폰 발표를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5’와 ‘갤럭시S6엣지플러스’, 애플의 아이폰6S보다 늦게 하면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증권 전문가들은 LG전자의 신제품이 세계 최대 스마트폰기업 두 곳의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전면경쟁으로 피해를 보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강봉우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시장경쟁이 치열해져 LG전자가 성장세를 보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하반기 경쟁사 신규 스마트폰 출시가 이어져 LG전자의 목표달성은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 LG전자 마케팅 실패의 역사
LG전자는 마케팅에서 실패한 전례가 많다.
LG전자는 G4 영상광고에서 한 남자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잘못 찍었다는 이유로 여자친구에게 혼나며 무릎을 꿇고 비는 모습을 담아 도마 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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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종원씨가 출연한 LG전자 프리미엄 냉장고 '디오스' 광고. |
이 광고는 G4의 장점을 강조하기보다 여성과 남성 모두 불쾌감을 주며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었다.
LG전자는 최근 프리미엄 음향기기 ‘톤플러스’ 판매촉진을 위해 구매자들을 추첨해 ‘맥북에어’를 상품으로 주는 행사를 진행했다 호된 질타를 받았다.
‘맥북에어’는 애플의 노트북 제품이 아니라 소시지 ‘맥스봉’ 과 도서문화상품권을 나타내는 ‘북’, 운동화 ‘나이키 에어’를 줄여 쓴 말장난이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굴지의 LG전자가 이런 말장난을 마케팅에 활용했다는 점에서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LG전자는 논란이 확산되자 이 행사를 중지했다.
조성진 LG전자 H&A사업부문 사장은 최근 세탁기 신제품 ‘트롬 트윈워시’ 출시행사에서 “트롬 트윈워시의 문은 어른이 걸터앉아도 버틸 수 있다”고 강조해 논란을 빚었다.
조 사장이 지난해 9월 독일에서 삼성전자의 세탁기 전시품 문을 파괴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입장에서 불필요한 논란에 불을 지폈기 때문이다.
조성진 사장은 지난 5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가전박람회에서 “삼성전자의 세탁기에 문을 왜 달았는지 의문”이라는 발언으로 다시 한 번 구설수에 올랐다.
LG전자가 최근 프리미엄 냉장고 ‘디오스’의 광고에 외식사업가 백종원씨를 모델로 내세운 데 대해서도 프리미엄 브랜드와 걸맞지 않는 선택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백씨는 방송에서 자취생과 서민층이 값싸고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요리를 주로 소개했는데 LG전자의 프리미엄 냉장고를 광고하는 모델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LG전자가 2013년 진행한 ‘하늘에서 G2가 내린다면’ 행사는 경찰이 긴급출동하고 부상자가 속출하는 결과를 낳아 최악의 판촉행사로 꼽혔다.
LG전자는 당시 스마트폰 G2 교환권이 담긴 풍선을 띄워 날려 이를 가져오는 소비자 100명에게 G2를 무료로 제공하는 행사를 열었다. 그런데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경품을 차지하기 위해 한꺼번에 몰려다녀 행사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20명 정도가 부상을 입었다.
◆ 제품 경쟁력 좋아도 마케팅 성공이 관건
LG전자가 스마트폰과 가전제품 등 주력제품의 성능과 품질이 우수한데도 마케팅에 실패해 부진에 빠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LG전자의 마케팅 실패가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한 출연자는 “LG전자의 마케팅 실패 역사는 책으로 한 권을 써도 될 정도”라며 “우수한 제품을 내놓고도 마케팅 실패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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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전자가 공개한 10월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행사 이미지. |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기회가 날 때마다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력과 고객가치에서 혁신을 강조한다. 구 회장은 이를 통해 LG그룹이 진정한 1등으로 나아가자고 역설한다.
그러나 LG전자만 놓고 보면 만년 2등에 머물고 그조차도 위태로운 상황에 몰려있다. 여기에 마케팅의 실패가 자리잡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LG전자는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스마트폰 신제품과 올레드TV 판매량을 끌어올려야 한다.
LG전자가 올레드와 스마트폰 기술력을 자신하고 우수한 제품을 내놓는다고 해도 결국 치열한 시장경쟁에서 승부는 고객가치의 공감을 끌어내는 마케팅에서 판가름날 수밖에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LG전자가 기존의 마케팅 공식에서 벗어난 참신하고 공격적 마케팅을 적극 추진하는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이 과정에서 논란이 발생하는 만큼 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