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주유소에 기름을 공급하던 삼성토탈이 전자상거래를 통해 직접 기름을 판매하겠다고 나섰다. 휘발유 완제품도 구비한 데 이어 경유 생산시설도 짓고 있다. 기존 정유 4사들은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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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석원 삼성토탈 사장 |
22일 삼성토탈에 따르면 삼성토탈은 전자상거래 시장에 내놓을 휘발유 완제품에 대한 준비를 마치고 전국 대리점과 주유소의 주문을 기다리고 있다.
삼성토탈 관계자는 "3월 중순에 휘발유 완제품 출하 작업을 완료했다"며 "이달 안에 석유전자상거래에서 판매할 계획으로 관련 준비를 마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한국석유공사에 휘발유를 납품하던 삼성토탈이 직접 판매를 시작하는 셈이다.
삼성토탈은 합성수지 등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다. 그런데 화학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휘발유가 생긴다. 삼성토탈은 이 휘발유를 그동안 주로 일본에 수출했다.
삼성토탈은 2011년 12월 알뜰주유소가 생겨나면서 휘발유를 국내에도 팔기 시작했다. 알뜰주유소에 들어가는 기름은 한국석유공사가 대량으로 구매해 공급하는 방식으로 기름 값을 낮췄다. 삼성토탈은 남는 휘발유를 한국석유공사에 팔았다. 지난해 9월 기준 알뜰주유소에 공급되는 기름의 50.37%를 삼성토탈이 차지한다.
국내 알뜰주유소는 2014년 1월 말 기준 1031개다. 주유소 수 국내 1위인 SK에너지의 4분의 1에 불과하지만, 지난 2년 사이에 생겼다는 점을 고려하면 성장세가 눈부시다. 이 때문에 기존 정유회사는 알뜰주유소와 삼성토탈에 대해 불편한 시선을 보내왔다.
기존 정유사들은 "정부가 유가 안정화라는 명분하에 국민의 세금으로 대기업인 삼성토탈을 지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토탈-석유공사-알뜰주유소로 이어지는 유통구조를 만들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토탈은 그동안 휘발유 반제품을 납품해 왔지만 근래에 완제품을 납품하기 시작했다. 또 지난해 12월에 대한석유협회에 가입신청서를 제출했다. 어차피 제품 생산의 부산물로 휘발유가 생기니 아예 정유업체 자격으로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석유협회에 가입하면 동등한 자격으로 정유사들의 사업방식이나 유통망 등 다양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대한석유협회 가입은 기존 정유사들의 반대로 보류됐다. 하지만 삼성토탈은 지난 1월 한국거래소 석유제품 전자상거래에 정유사 등록을 완료했다. 이로써 삼성토탈은 전자상거래에 참여하는 어떤 대리점이나 주유소에라도 기름을 팔 수 있게 됐다. 한국석유공사를 거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월 국내 소비량 중 전자상거래 비중은 경유 10.1%, 휘발유가 6.6%였다. 2012년 설립 당시 1%대에 머물던 거래량과 비교하면 엄청난 성장이다. 삼성토탈이 정유 4사에 대비해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다면 이득을 볼 수 있는 구조다.
삼성토탈은 기름 판매를 위한 수송수단도 확보했다. 지난 2월 대한송유관공사의 지분 2.26%를 매입해 송유관 1104km를 확보했다. 또 휘발유에 이어 경유도 공급하기 위해 경유분리시설을 갖춘 공장도 건설해 오는 6월부터 경유도 판매한다.
업계 관계자는 "경유가 공급되면 상당수 알뜰주유소 사업자들이 구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휘발유 거래에서 기존 정유사와 삼성토탈 간에 벌어졌던 가격경쟁이 경유에서도 재현될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