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민들은 당장 오늘 밤을 불안해 하고 있다. 가로등을 늘려서 제주도의 불안한 치안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제주도는 인구 10만 명당 5대 강력범죄(살인, 강도, 강간, 절도, 폭력)의 발생비율은 2018년 기준 1309건으로 전국 평균인 943건과 비교해 38.8% 높다. 2015년부터 전국 최고 수준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제주도민의 체감안전도는 9월 기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4위다. 특히 여성과 40대의 체감도가 낮다. 제주도민의 체감안전도는 2014년부터 단 한번도 10위권 안에 든 적이 없었다.
제주도민은 안전 취약지역으로 주택가(53.0%)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학교주변(18.2%)과 편의시설(11.0%), 유흥가(7.6%) 등이 뒤를 이었다.
제주도민들은 특이하게도 안전 취약지역으로 주택가를 꼽고 있다. 무사증 제도로 입국한 중국인 관광객의 불법체류와 무관하지 않다. 이들은 이미 제주 곳곳의 주택가로 들어와 있다.
제주도는 2002년 관광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무사증 제도(외국인이 비자 없이 30일 동안 체류하도록 허용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이 무사증 제도를 이용해 2015년부터 2019년 9월까지 제주도를 방문한 관광객 가운데 289만1220명(98%)이 중국인 관광객이었다.
이렇게 제주도에 들어온 중국인들 가운데 일부가 30일의 체류기간이 지나도 중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와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제주의 중국인 불법체류자는 2019년 6월 기준 약 1만3천 명이다.
문제는 이들이 주택가 등지에 밀집해 살면서 주민들의 불안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제주지역의 언론에는 제주도민들이 자주가는 공원 등 주택가 주변에서 중국인 불법체류자들이 폭력을 행사하거나 살인과 강도 등 강력범죄를 일으킨다는 보도가 자주 등장한다.
이들은 불법체류자 신분이기 때문에 범죄를 저질러도 소재 파악이 어렵다. 제주의 치안시스템에 구멍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에서도 제주도내 중국인 불법체류자에 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제주도특별법 무사증폐지’ 법안을 대표 발의한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불순한 의도를 숨기고 관광객인척 입국한 외국인들이 불법체류자가 되면 소재 파악조차 어렵다”며 “지난 예멘 난민사건처럼 국내에 오래 머물기 위해 난민 신청을 하는 경우도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손금주 의원(무소속)도 “제주도 무사증제도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도입됐지만 이를 이용한 밀입국과 체류지 무단이탈, 불법체류 등의 문제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며 “좋은 취지의 제도가 악용되지 않도록 지자체와 해경, 경찰 등이 협의해 관광객들의 신변을 확인·통제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원 지사는 2018년 10월 “청정 제주와 같이 ‘안전 제주’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고 말하며 안전과 치안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을 관련 부서에 지시했다.
원 지사는 1년 뒤인 2019년 10월 다시 2020년을 ‘안전 제주’ 원년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내놓은 정책은 가로등과 폐쇄회로TV를 설치였다.
하지만 주민들은 가로등이나 폐쇄회로TV설치보다 근본적 치안대책을 원하고 있다.
제주지방경찰청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제주도민은 체감 안전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순찰 강화(62.7%)를 가장 원했다.
불법체류자 전담부서를 만들어 단속을 강화하고 순찰인력을 확충하는 등 당장 빨리 적용할 수 있는 대책을 시행해서 제주도민의 안전 사각지대를 조금이라도 줄여 나가야 하지 않을까.
내년이 되고 나서 가로등을 늘려가는 여유로운 정책에 '안전 제주 원년'이라는 선언을 붙이면 제주도민이 박수로 환영할까. [비즈니스포스트 고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