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글로벌 IT기업들의 클라우드 게이밍서비스 격전지가 된 한국 이동통신시장에서 '자체 클라우드 게이밍 플랫폼 개발'이라는 카드를 꺼내들까?
2일 KT에 따르면 클라우드 게이밍서비스를 위해 자체 플랫폼을 만드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 황창규 KT 대표이사 회장.
KT 관계자는 "클라우드 게이밍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클라우드 게이밍 플랫폼을 제공하는 글로벌 IT기업들과 협업하는 방안은 물론 KT 클라우드 서버를 활용한 자체 플랫폼 개발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KT가 클라우드 게이밍 플랫폼 자체개발을 검토하는 것은 클라우드 게이밍서비스가 5G통신서비스의 '킬러 콘텐츠'로 떠오르고 있지만 경쟁사인 SK텔레콤, LG유플러스와 달리 마땅한 파트너를 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게이밍서비스는 개인용 전자기기의 성능에 관계없이 클라우드 서버를 통해 고성능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서비스다.
가상현실(VR) 등과 달리 스마트폰 외에 다른 특별한 장비가 필요 없기 때문에 현재 LTE를 이용하고 있는 소비자들을 5G로 끌어올 수 있는 '킬러콘텐츠'로 꼽힌다.
SK텔레콤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고 10월부터 '엑스클라우드'를 시범 운영할 계획을 세웠다. LG유플러스는 9월2일부터 엔비디아의 클라우드 게이밍 플랫폼 '지포스나우'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KT는 아직까지 클라우드 게이밍서비스와 관련된 구체적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KT가 손잡을 수 있는 글로벌 IT기업이 마땅히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클라우드 게이밍 플랫폼을 운영하거나 운영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글로벌 IT기업은 SK텔레콤, LG유플러스와 이미 계약을 맺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엔비디아를 제외하면 구글, 소니, 닌텐도, EA, 텐센트 정도다.
이 가운데 가장 인지도가 높은 구글은 클라우드 게이밍 플랫폼 '스태디아'를 한국에 직접 서비스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KT 등 개별 통신사와 손을 잡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소니와 닌텐도는 클라우드 게이밍 플랫폼을 한국시장에 확대하는 데 큰 의지를 보이고 있지 않은 데다가 최근 심화되고 있는 반일감정을 살피면 KT로서도 선뜻 협력하기가 쉽지 않다.
또 EA와 텐센트는 자체적으로 게임 개발 스튜디오를 다수 보유하고 있어 콘텐츠 경쟁력이 우수하다. 하지만 서드파티(플랫폼을 서비스하는 회사가 아닌 외부 제작사에서 제작된 콘텐츠) 게임을 제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엔디비다의 지포스나우, 구글의 스태디아 등과 비교했을 때 콘텐츠의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KT는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IT기업들과 협력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KT의 클라우드서비스 능력을 활용한 자체 플랫폼 개발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KT는 국내 이동통신회사 가운데 유일하게 직접 클라우드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이다. 클라우드서비스 수준 역시 매우 높다.
글로벌 IT기업들의 클라우드 게이밍 플랫폼을 공급받아 클라우드 게이밍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쟁사들과 달리 KT는 직접 클라우드 게이밍 플랫폼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자체 클라우드 게이밍 플랫폼 개발은 클라우드 게이밍서비스의 품질을 크게 높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KT에게 매력적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클라우드 게이밍서비스에서 가장 큰 난관으로 지적되는 인풋렉(명령 입력과 명령 수행 사이의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통신속도가 과거와 비교해 매우 빨라졌다 하더라도 사용자와 데이터센터 사이의 물리적 거리 때문에 발생하는 인풋렉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특히 다른 사용자와 승패를 겨루는 대전게임에서는 0.1초의 인풋렉이라도 게임의 승패를 가를 수 있다.
KT는 글로벌 IT기업과 달리 국내에서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물리적 거리 측면에서 글로벌IT 기업보다 유리하다.
또한 전국에 설치된 5G 인프라를 이용한 에지컴퓨팅(데이터를 중앙데이터센터에서 집중적으로 처리하지 않고 여러 지역에 흩어져있는 지점에서 소규모 설비를 통해 처리하는 방식) 기술을 활용하면 물리적 거리에 따른 제약을 거의 받지 않을 수 있다.
플랫폼을 직접 운영하는 만큼 게임 제작사, 유통사와 직접 협의해 서비스하는 콘텐츠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된다는 점도 콘텐츠 측면에서 장점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KT가 EA와 손잡고 EA의 클라우드 게이밍 플랫폼 '프로젝트 클라우드'를 서비스하게 된다면 EA에서 유통하는 게임만 서비스 할 수 있다.
하지만 KT가 자체적으로 플랫폼을 운영한다면 협상 결과에 따라 국내에서 인기있는 게임들만 골라 EA의 '피파 시리즈', 라이엇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 블리자드의 '오버워치' 등을 동시에 서비스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자체 클라우드 게이밍 플랫폼의 성공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콘텐츠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EA,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닌텐도, 텐센트 등 대형 게임 유통사들이 대부분 자체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거나 운영계획을 마련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체 클라우드 게이밍 플랫폼을 운영하지 않고 있는 밸브, 유비소프트 등 대형 게임 유통사들 역시 자체 게임 플랫폼인 '스팀'과 '유플레이'를 엔비디아의 '지포스나우'에 제공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자체 클라우드 게이밍 플랫폼 개발은 클라우드 게이밍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검토하고 있는 여러가지 방안 가운데 하나"라며 "올해 연말까지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와 관련해 구체적 계획을 내놓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