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대 중고차 수출기지인 인천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인천광역시의 송도유원지 중고차 수출단지 이전이 지지부진한 사이 군산항과 평택항 등이 새로운 중고차 수출단지로 떠오르고 있다.
▲ 차량들이 인천 내항에서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
23일 인천지역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인천항에 중고차 수출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 부지 선정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천항은 송도유원지 일대에 터를 잡은 300여 개의 중고차 수출업체들로부터 전국 중고차 수출물량의 90%가량을 소화하고 있다.
중고차 수출물량은 연간 25만5천여 대로 인천항 전체 물동량의 2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송도유원지는 2020년 7월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로 일몰제가 적용돼 중고차 수출단지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따라 인천시와 인천항만공사는 중고차 수출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대체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시는 인천남항에 중고차 물류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남항 인근에 있는 역무선부두와 석탄부두가 외부로 이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석탄부두의 이전시기가 확실하지 않고 중고차 수출단지를 혐오시설로 바라보는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어 주민들을 설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주민 여론을 무시하고 사업을 진행할 수는 없어 난처한 상황”이라며 “최근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협의하겠다고 해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남항에 중고차 수출단지를 조성하는 방안은 장기과제로 돌리고 임시로라도 내항 4부두를 중고차 수출단지로 활용하는 대안을 내놨다.
내항 재개발 마스터플랜상 4부두는 2030년부터 하역 기능을 폐쇄하고 주거 및 혁신산업지구로 재편될 예정이어서 한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인천항만공사가 보유한 내항 4부두는 이미 중고차 및 신차 야적장으로 쓰고 있는 만큼 수출용 중고차를 바로 배에 선적할 수 있고 남항 인근보다 상대적으로 민원 유발이 덜할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다만 내항 4부두의 부지가 현재 송도유원지 수출단지의 절반 정도 크기에 불과해 일부 업체의 이전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과 보안시설인 내항에서 자유롭게 경제 활동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인천시가 중고차 수출단지 조성에 지지부진한 사이 전라북도 군산과 경기도 평택이 중고차 수출단지 유치에 뛰어들었다.
군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중고차 수출복합단지 조성사업’이 16일 기획재정부의 사전 적격성심사를 통과했다.
앞으로 기획재정부의 보조금 관리위원회 심의만 통과하면 본격적으로 사업이 진행된다.
중고차 수출복합단지가 완공되면 중고차와 중고 건설기계, 중고 농기계를 모두 취급하는 국내 첫 복합형 매매단지가 된다.
평택시도 시 차원에서 중고차 수출부지를 제공하기로 하는 등 파격적 조건을 내세우며 중고차 수출산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다른 지역 항구의 도전이 이어지면서 인천항이 그동안 지켜왔던 중고차 수출산업 1위 위상이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인천시 관계자는 “이대로 있다가는 중고차 수출물량을 빼앗길 것 같다는 위기감이 있다”며 “최대한 빨리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지만 현재로서는 정확히 언제쯤 상황이 해결될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