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양곤 에이치엘비 대표이사 회장이 항암제 ‘리보세라닙’를 놓고 일부 평가지표에서 목표치 미달에도 불구하고 신약 허가신청(NDA)을 진행한다.

신라젠의 항암바이러스 ‘펙사벡’ 임상3상 실패 등으로 바이오업계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어 에이치엘비의 신약 허가 가능성을 두고 기대와 걱정이 엇갈리고 있다.
 
진양곤의 에이치엘비 미국 신약허가 신청에 시장은 '우려 반 기대 반'

▲ 진양곤 에이치엘비 대표이사 회장.


9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진 회장이 미국에서 위암 치료제 리보세라닙의 신약 허가신청(NDA)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을 두고 무리하게 강행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진 회장은 8일 신약 허가신청을 진행하기 위해 컨설팅전문 로펌 코빙턴과 계약했다. 전문가 그룹의 조언과 협업을 통해 리보세라닙의 상용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에이치엘비 투자자들은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진 회장의 행보를 바라보고 있다.

진 회장이 2개월 전인 6월만 해도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3상 결과가 목표에 도달하지 못해 미국 식품의약국에 허가신청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리보세라닙은 임상3상 초기결과(탑라인)에서 전체 생존기간(OS)이 임상목표에 부합하지 않았다.

전체 생존기간이란 환자가 치료를 시작 뒤부터 사망에 이른 때까지 걸린 기간을 말한다. 즉 임상시험에서 리보세라닙을 투여했음에도 암환자의 생존기간이 기존 항암제를 투여했을 때보다 유의미하게 연장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의 걱정은 에이치엘비 주가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에이치엘비 주가는 리보세라닙의 신약 허가신청이 어려울 것이라는 소식에 6월27일~6월28일 7만2천 원에서 3만5300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떨어진 주가는 최근 진 회장이 신약 허가신청을 하겠다고 발표한 뒤에도 반등하지 못하며 현재 2만5천 원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진 회장은 무진행 생존기간(PFS), 객관적 반응률(ORR), 질병통제율(DCR) 등을 전체적으로 분석했을 때 충분히 신약 허가를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전체 생존기간이라는 통계적 유의미성은 확보하지 못했지만 다른 데이터들은 임상적 의미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전체 생존기간은 통계학적 수치로서 실질적으로 임상에서 ‘가장 중요한 목적(primary endpoint)’이지만 약의 효과를 평가할 때는 무진행 생존기간이나 무사건 생존율(EFS) 등 임상적 데이터도 중요하다.

무진행 생존기간이란 환자의 질병이 진행되지 않거나 혹은 사망에 이르지 않는 기간을, 무사건 생존율은 환자가 종양이 나빠지지 않고 지내는 생존율을 말한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신약이 임상적 유의미성을 확보했을 때 통계적 유의미성이 다소 모호하더라도 허가를 해주는 사례가 종종 있다.

진 회장은 “미국 식품의약국이 신약 승인을 할 때 통계학적 의미보다 임상학적 의미에 더 큰 의미를 둬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진 회장이 무리하게 리보세라닙의 상용화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상당하다.

임상 설계를 보완하고 소규모 임상을 더 진행해 약효를 완전히 입증한 뒤에 상용화하는 것이 절차적으로 더 바람직하고 위험성(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신라젠의 펙사벡 임상3상이 실패하자 서둘러 결과를 내려하는 국내 바이오업계의 조급증 풍토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김태억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사업개발본부장은 “국내 제약사들 가운데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 1~2개만으로 상장한 뒤 투자를 받는 기업이 많다"며 "신약개발이 성급하게 진행되면 실패했을 때 손해도 크기 때문에 신약 개발을 놓고 지나치게 희망적 이야기만 하는 것은 자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