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그룹은 왜 SK, 한화, GS 대그룹이 손사래를 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적극적일까?
8일 재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매각시계가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인수후보 가운데서는 애경그룹만 적극적으로 인수전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다.
▲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
아시아나항공 매각주관사 크레디트스위스증권(CS증권)은 8월 초 정보이용료를 지불한 기업들에게 투자설명서(IM)를 배포했다.
SK, 한화, GS 등 잠재적 인수후보들 모두 투자설명서를 신청하지 않았지만 애경그룹은 투자설명서를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에서는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이유를 두고 애경그룹의 저비용항공 계열사 제주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바라본다.
제주항공은 2018년 기준 매출 1조2594억 원을 내며 저비용항공사(LCC) 매출 순위 1위를 굳게 지키고 있다.
하지만 운항 노선이 단거리 노선에 집중돼 있고 특히 일본 노선 매출 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돌발 악재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와 달리 아시아나항공은 대형항공사(FSC)인 만큼 매출의 많은 부분을 장거리 노선에서 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1분기에 전체 여객매출의 36%를 미주, 유럽, 대양주 등 장거리 노선에서 냈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단거리 노선에 편중돼있다는 제주항공의 단점을 보완해줄 수 있다.
또한 대형항공사는 저비용항공사와 달리 자체적으로 항공기 정비서비스(MRO), 기내식 공급 등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애경그룹으로서는 항공업과 관련된 사업능력 자체가 한 단계 도약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실제로 대형항공사를 보유한 그룹의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저비용항공사들은 기내식과 항공기 정비를 상당부분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의존하고 있다.
애경그룹이 대형항공사와 1위 저비용항공사를 모두 보유한 명실상부한 ‘항공그룹’이 될 수 있다는 심리적 장점 역시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기대할 수 있는 있는 효과다.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 전체를 인수하기에는 인수금액이 부담스러운 만큼 분리매각 방식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만 따로 인수하려 들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에어부산은 2018년 기준 저비용항공사 6곳 가운데 매출순위 4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기단 규모는 2위인 진에어와 비슷하다.
또한 에어부산은 김해국제공항에서 여객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런 측면에서 최근 지방에서 출발하는 국제선 항공 노선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는 제주항공과 시너지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에어부산의 여객 점유율은 35%에 이른다.
하지만 보잉의 B737-800 항공기를 단일 기종으로 운영하고 있는 제주항공과 달리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에어버스의 A320, A321 시리즈 항공기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분리매각의 실익이 크지 않다는 의견도 한쪽에서 나온다. 항공기 기종이 다르면 조종이나 정비 측면에서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일각에서는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오히려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인수합병시장에서 인수후보로 여겨지는 기업이 피인수기업에 관심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피인수기업 주가의 상승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실제로 인수에 관심이 많은 기업이 인수가격을 낮추기 위해 관심이 없는 것처럼 연막을 펼칠 때가 많다. 하지만 애경기업은 매각공고가 나기 전부터 적극적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관심을 표시해 왔다.
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이를 두고 “애경그룹이 적극적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관심을 표시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관심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며 “인수전에 참여하려는 목적이 경쟁사인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의 경영상태를 미시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해서일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