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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영진 KT&G 사장이 지난 2011년 10월 계룡시 육군본부에서 '나라사랑 보금자리'사업 협약을 체결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뉴시스> |
민영진 KT&G 사장이 이번에는 강자를 만났다. 얼마 전 15년을 끈 담배소송에서 승소를 하고 한 시름 덜었지만, 건강보험공단이라는 강력한 상대가 등장한 것이다. 민 사장은 담배소송에서 연승을 이어갈까?
건강보험공단은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KT&G와 필립모리스코리아, BAT코리아를 상대로 537억 원을 청구하는 흡연피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냈다.
건보공단은 소비자들이 담배 한 갑당 354원의 세금을 부담하면서 폐암 등 질병에 시달리고 있지만, 담배회사는 어떤 부담도 지지 않는 현실을 지적했다. 청구금액 537억 원에 대해서 20년 이상을 하루 한 갑씩 흡연했거나 30년 이상 흡연한 환자를 대상으로 10년 동안 건보공단이 지출한 진료비라고 밝혔다. 향후 소송 진행 과정에서 청구 금액을 17조7천억 원까지 올릴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KT&G는 그동안 담배와 관련해 4건의 소송에 휘말렸다. 이 가운데 1건은 원고의 항소 포기로 이겼고, 2건은 이번에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다. 나머지 1건은 고등법원에 계류 중이지만, 이번 대법원의 판결과 같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 4건의 송사는 모두 개인이나 몇몇 개인이 모인 집단이 제기했다. KT&G가 국가기관이 제기한 소송을 맞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건보공단은 그동안 KT&G가 승소한 데 대해 "개인사건은 구체적으로 개인의 질병과 흡연의 인과관계를 밝혀내지 못해 진 것"이라며 공단이 주도하는 소송은 개인 차원과 다르다고 자신했다. 건보공단은 "공단은 치료 관련 자료와 의학적, 역학적으로 가져올 수 있는 많은 자료가 있다"며 "증거에 비례해 승소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건보공단은 흡연이 자유의지라는 최근 대법원의 판결을 반박했다. 흡연자가 계속 담배를 피우는 것은 본인의 의지보다 강한 담배의 중독성 때문이라는 의학계의 중론을 빌려왔다. 담배 회사의 영업으로 일단 담배를 피우게 되면 개인의 의지로 끊기가 힘들다는 주장이다.
건보공단은 이번 소송을 위해 2년 가량 준비했다. 건보공단 안선영 변호사는 "이번 소송을 통해 담배회사의 위법성을 법정에서 입증하는 것과 동시에 이 내용을 국민들과 공유할 것"이라며 "흡연의 중독성과 위해성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KT&G 는 "이미 민사소송에서도 KT&G가 담배를 제조하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위법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명백히 확인했다"며 "기존 담배소송과 마찬가지로 이번 건보공단의 소송에서도 위법행위가 없다는 점을 증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소송 대상에 포함된 필립모리스와 브리티시타바코는 미국에서 이미 패소판정을 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이들 기업들은 자신들의 위법행위를 일부 시인했다.
민영진 사장은 지난 2010년 KT&G에 대표이사 사장으로 부임한 이후 장수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의 실적 부진 속에서도 지난 몇 년 동안 고액연봉을 받아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민 사장은 연봉과 성과금을 합해 지난해 12억 원을 받았고, 2012년 23억 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은 1999년 폐암 환자와 가족 등 30명이 국가와 KT&G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2건에 대해 지난 10일에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흡연과 폐암의 상관관계를 일부 인정했지만, 개인의 생활습관에 따라 폐암의 원인이 조금씩 다르다고 판단했다. 또 "흡연이 몸에 해롭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며 "그런데도 담배를 피우는 것은 개인의 자유의지에 달린 것이기에 제조사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