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최근 e커머스업계 경쟁사인 위메프뿐 아니라 협력사 LG생활건강으로부터 불공정거래행위로 신고를 당하면서 ‘갑횡포’ 논란에 휩싸였다.
쿠팡은 납품기업의 직매입 제품을 정당한 이유 없이 반품하거나 계약을 일방적으로 종결하고 상품판매 실적 부진에 관한 손실을 협력사에 떠넘겼다는 LG생활건강의 주장을 놓고 그런 불법적 일은 전혀 없었다고 반박하고 있지만 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쿠팡이 협력사들에게 독점적 납품과 매입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등 시장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압력을 넣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쿠팡의 갑횡포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쿠팡은 2018년 2월 말에도 물류센터 입고 및 납품대금 정산 지연 등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았다.
쿠팡에서 배송을 담당하는 쿠팡맨들의 처우와 관련해서도 논란이 있었다. 쿠팡맨들에게 초과근무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 퇴근시간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쿠팡은 결국 2017년 6월 쿠팡맨에게 13억 원의 연장근로수당을 미지급한 사실을 인정했다.
김 대표가 사업가로는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쿠팡의 외형을 급속하게 확대하는 과정에서 내부조직 운영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로켓성장'을 하고 있는 쿠팡은 이번 사태로 기업의 이미지에 얼룩을 남길지언정 당장 매출 등 실적 부분에서는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배달의 민족, 위메프, LG생활건강 등으로부터 연이어 신고가 들어온 쿠팡 사안을 서울지방사무소에서 본부로 이관해 집중적으로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사안을 무겁게 보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의 반응은 잠잠하다.
불공정한 일을 겪었다고 주장하는 상대방이 같은 업계의 경쟁회사들이고 일반인들의 눈에는 또 다른 대기업인 ‘LG생활건강’이라는 점, 아직 조사하고 있는 사안이라는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도 혁신사업자를 강조해온 쿠팡이 성장의 과정 속에서 전통적 유통대기업들의 나쁜 선례를 그대로 답습하며 거듭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점은 씁쓸함을 남긴다.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대표되는 빠른 배송과 가격 파괴를 앞세워 급속도로 몸집을 키우면서 13조 원 규모의 e커머스시장 선두주자로 자리 잡았다.
무서운 기세로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며 한국 전통오프라인기업들을 위협하는 사업자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쿠팡의 최대주주인 소프트뱅크는 최근 주주총회에서 쿠팡이 올해 약 6조2425억 원의 매출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매출 기준으로는 한국 e커머스시장에서 독보적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김범석 대표는 소셜커머스기업으로 시작한 쿠팡이 e커머스기업으로 탈바꿈한 2017년 2월 사내 이메일을 통해 쿠팡 임직원들에게 “오늘 쿠팡이 대형 e커머스기업으로 전환을 마무리했다는 자랑스러운 소식을 미디어에 전달했다”며 말했다.
국내 유통시장을 재편할 것이라는 평가를 듣는 쿠팡의 그 ‘자랑스러움’에 관한 기준이 단순히 회사의 외형 성장에만 머물러서는 안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