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원전 수출로 한국 원전산업을 지켜낼 수 있을까.
원전 수출에 힘을 쏟고는 있지만 의지 만큼 순탄하지는 않아 보인다.
세계 원전시장에서 사업 발주는 제한적이고 나라별 정치적, 문화적 환경이 달라 발주국가에서 답장이 날아올 때까지 마냥 기다려야만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 등 전력공기업은 에너지 전환정책의 일환으로 한국에서는 원자력발전 비중을 줄이는 대신 원전 수출로 한국 원전산업 생태계와 기술력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했다.
한국전력은 한국수력원자력, 두산중공업 등 원전기업과 무역보험공사,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등 금융공기업 30여 곳과 함께 '팀코리아'를 꾸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원전사업 수주에 도전하고 있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 알 술탄 왕립원자력·신재생에너지원(K.A.CARE)에서 3월 말까지 2차 예비사업자를 선정하기로 했던 것이 5월 말이 다 되도록 소식이 없다.
함께 경쟁하는 한국과 미국이 컨소시엄을 결성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한국은 부품 등 일부 기술을 제공하는 데 그칠 수도 있다. 핵심기술인 원자로 기술도 한국형인 APR1400을 채택할지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AP1000으로 할지 미지수다.
팀코리아가 처음이자 현재로선 유일하게 수출에 성공한 사례인 아랍에미리트(UAE)의 바라카 원전에서도 좋지 못한 소식이 날아오고 있다.
팀코리아의 한수원과 한전KPS는 바라카 원전에서 3조 원 규모의 10~15년 단위 장기 정비계약(LTMA) 수주전에 참여하고 있지만 바라카 원전 운영 현지법인인 나와(Nawah)가 계약을 3~5년 단위로 쪼갤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바라카 원전 장기 정비계약 낙찰기업 발표도 2월 말 나기로 했지만 6월까지 더 기다려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무함마드 알하마디 아랍에미리트 원자력공사 사장은 1월 한국전력과 한수원에 공식 편지를 보내 “원전 장기 정비계약 같이 중요한 협상이 마무리되려는 시점에 사전 통보없이 현지인력을 한국으로 내보내 계약 이행 의지에 의문이 들게 했다”고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중동 업무문화에 따르면 처음 약속을 정확하게 지키지 않기도 한다”며 “원전 수주결과는 더 기다려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전력은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사업 수주 노력도 원점으로 돌아갔다.
2018년 11월 일본 도시바가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권을 들고 있던 자회사 뉴젠을 청산하면서 한국전력과 도시바의 협상은 무산됐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 등 전력공기업은 한국 원전업계에 새로운 먹거리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원전 수출이면 다 가능하다고 장담했다.
야당과 원전업계가 한국에서 원자력발전 비중을 축소하려는 에너지 전환정책을 향해 “탈원전은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의 원전 기술과 원전 산업 생태계를 사장하는 일”이라고 비판할 때마다 산업부는 '원전 수출'을 방어논리로 내걸었다.
그러나 유일하게 아랍에미리트에서 바라카 원전 건설사업을 수주한 것 말고는 팀코리아가 제대로 된 원전 수출실적을 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원전사업은 그 나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변수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원전 수출 한두건에 한국 원전산업의 생존을 모두 걸겠다는 발상이 처음부터 너무 무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중국과 일부 중동국가를 제외하고는 세계 나라들이 적극적으로 원전을 짓고 있지는 않다”며 “해외 신규 원전 발주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해외 원전사업 수주를 통한 지속적 성장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